남한 냉면집들, 긴장하시라요

"평양의 옥류관에 버금가는 북한 전통 음식점을 열 수 있도록 제대로 '손맛'을 교육할 겁니다. 남한의 이름 있는 평양냉면, 함흥냉면집들은 긴장 좀 하셔야 할 겁니다."

30일 서울 종로 피카디리극장 7층 강당에서 열린 '능라전통음식문화 평생교육원' 개원식에서 탈북 여성 1호 박사인 이애란(47)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은 "서울에 탈북자들이 만드는 옥류관이 생기는 셈"이라며 웃었다. 이 원장은 이날 웃음을 달고 있었다.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부설 능라전통음식문화 평생교육원은 국내 최초의 탈북자 전문 직업학교다. 능수버들이 치렁치렁 늘어진 평양 대동강 능라도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원장은 "북한은 1990년대 극심한 식량난을 겪은 후로 전통 음식 요리의 맥이 끊기고 있다"며 "남한에서 탈북자들이 그 맥을 잇는다면 통일 후 명품 관광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인여대 식품영양조리학과 교수이기도 한 이 원장은 "유명하다는 북한 음식점을 다 돌아봤지만, 남한의 북한 음식점 요리는 맛과 향이 강한 편이어서 북한 음식 고유의 맛을 간직한 곳이 많지 않았다"면서 "제대로 된 북한 음식을 선보이고,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것을 돕고 싶었다"고 했다.

평생교육원에서는 탈북자들은 물론 북한 음식을 배우고 싶은 남한 사람들에게도 북한 전통 음식 조리법을 가르칠 계획이다. 교육과정에는 북한 연회 요리와 각 지역의 특선 요리, 냉면과 온면 제조, 생활 요리, 북한식 건강 요리 강좌 등이 포함됐다. 이 원장은 북한 신의주경공업대학 식료공학부를 졸업했다. 1997년 탈북해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에게는 든든한 후원자까지 있다. 그의 어머니 이재관(72)씨는 북한 고급 요리사 2급 자격증을 가졌다. 북한 진달래식당이나 압록강각 등에서 오랫동안 일해왔다고 한다.

이 원장이 음식 연구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그의 어머니가 조언해 준다.

이날 개원식에 참석한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탈북자의 80%가 여성이고, 음식은 여성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며 "평생교육원이 탈북자들의 남한 사회 정착에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