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고통 분담" 세계의 부자들, 따뜻한 자본주의를 외치다

'투자의 달인'이 주창한 '부자 증세'의 반향이 서구 사회에 증폭되고 있다. 워런 버핏(81)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최근 뉴욕타임스에 "갑부 감싸주기를 그만 하라"는 글을 실었다. 미국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 정부는 자신을 비롯해 연간소득 100만달러(약 10억원)가 넘는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부자들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기꺼이 그렇게 할 의사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자 유럽 거부들도 버핏의 주장에 적극 동조하고 나섰다.

◆부자들 "나도 세금은 싫지만…"

누구나 '세금' 내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데도 최근 미국과 유럽의 거부들이 자진해서 "세금을 더 내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우선 "현 상황이 너무 절박해 나서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모리스 레비 프랑스기업협회 대표 겸 퓌블리시스(광고대행업체)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사회 최고 특권층이 국가 부담의 더 큰 몫을 져야 한다. 나도 세금을 싫어하는 정상인이지만 지금은 그것(고액 납세)이 중요하고도 공정하다"고 말했다. 루카 디 몬테제몰로 페라리(이탈리아 스포츠카 전문업체) 회장은 "더 많은 세금을 낼 준비가 돼 있고 그 이유는 사회적 형평성과 연대감 때문"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긴축 정책의 한계와 부작용'이 부호들의 희생정신을 자극한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분석한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유럽 각국 정부가 펼치고 있는 긴축 정책이 그리스·스페인 시위, 영국 폭동 사태를 야기한 데 이어 더 큰 사회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부호들에게 심어줬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독일 부자 50명의 모임(자본세를 찬성하는 부자들)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한시적인 부유세 신설을 촉구하면서 "긴축 정책은 가난한 계층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어 현 위기 상황 극복에 적합하지 않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에선 자본주의 최고 수혜자인 '수퍼 부자'들이 이렇게 개인적 소명의식을 보이자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면서 부자 증세 등을 통한 사회 환원이 혁신과 경쟁, 대중 참여와 소외감 해소의 계기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책임 전가, 효과 없다" 비판도

각국 정부 차원에서도 부자 증세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프랑스는 최근 연간 50만유로 이상 고소득 계층에게 3%의 세금을 더 걷는 방안을, 스페인은 3년 전 폐지했던 부유세 부활을 적극 검토 중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연소득이 20만달러(약 2억)를 넘는 고소득층에게 높은 소득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부가 경기 침체와 여론의 반대를 우려해 지출을 줄이는 대신 부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 미국의 경우 연소득 20만달러 이상을 대상으로 부자증세를 한다고 해도 과세 대상이 인구의 3%에 불과해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CNN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