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비슷합니다. 전화 문의나 내방하는 고객도 많지 않고요. 대신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졌다는 걸 알고 '어떤 서류가 더 필요하냐'고 묻는 고객은 간간이 있습니다."(박규희 우리은행 경기도 광주지점 차장)
매달 가계대출 증가액을 전달 대출 잔액의 0.6% 이내로 유지하라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지난달 17일부터 대출을 중단했던 농협·우리·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1일부터 일제히 대출을 재개했다.
하지만 이날 일선 은행 지점들의 분위기는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한 모습이었다.
우리은행 경기도 광주지점의 경우, 대출 상담 고객이 이날 오후 3시까지 20여명에 그쳤고, 농협과 신한은행의 서울 시내 지점도 8월 말보다 오히려 한산한 풍경이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금 결제 수요가 많은 월말이 지나 대출 고객이 줄었고, 은행권 대출 중단 사태가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져 돈이 필요한 고객이 미리 대비한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시중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한층 강화한 탓에 직장인 신용대출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과 여의도 일대 은행 지점엔 마이너스 통장 개설 문의가 평소보다 늘었다.
김규화 하나은행 강남역지점 차장은 "평소 하루 5건 정도 받던 직장인 마이너스 통장 개설 문의를 오후 2시까지 12건이나 받았다"며 "당장 돈이 필요해서라기보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미리 상황을 파악해 두려는 분이 많았다"고 전했다.
시중은행이 대출을 재개하긴 했지만, 실제 대출을 받기는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진 환경이다. 은행권이 8월 초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출자의 소득 증빙서류를 철저히 점검하고, 대출자금 사용처도 확인하는 등 대출심사를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또 일정액이 넘는 대출은 본점의 승인을 받도록 심사절차를 강화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3000만원 이상, 주택담보대출 1억원 이상은 본점과 협의하고 있고, 신한은행은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에 따라 전체 대출의 10%가량을 본점에서 직접 심사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상, 상품 판매 중단 같은 비상조치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규제를 빌미로 은행이 돈 장사를 하려 한다"는 비판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신한은행이 마이너스 통장 대출금리를 0.5%포인트 올리고 변동금리·만기일시상환 대출 판매를 중단한 것, 우리은행이 이번 주부터 고정금리대출 상품의 금리를 0.2%포인트 올린 것 등은 예외적인 케이스에 속한다.
은행권의 대출 옥죄기는 대출금리의 실질적인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수 고객에 대한 우대금리 혜택을 줄이고, 지점장의 금리할인 재량권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앞으로 모든 대출을 정상적으로 해주되, 공개적인 마케팅 행사나 고정금리 상품 외에 새로운 대출상품 개발은 자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