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3 생보사 상조시장 진출… 상조업체 죽을맛

경남 창원에 사는 회사원 김모(35)씨는 올 초 A상조업체(장례 서비스 제공업체)에 가입한 360만원짜리 상조상품(노인이나 자녀들이 매달 일정액을 납입해 장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상품)을 해약했다. 대형 상조업체들이 회원들이 납입한 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터지면서 상조회사 자체에 대한 불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대신 김씨는 생명보험사의 상조보험에 가입했다. 그는 "상조회사 대신 재무 상태가 좋아 믿을 만한 보험사를 택했다"고 말했다.

대형 보험사들이 속속 상조보험 상품을 내놓으면서 부실 논란에 휩싸인 상조업체들이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

지난 5월 삼성생명에 이어 대한·교보생명이 6월과 9월에 상조상품을 각각 출시했다. '톱3' 생명보험사가 상조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손해보험업계 1, 2위인 삼성화재와 현대해상도 상조보험 출시를 검토 중이다. 보험사의 상조보험은 상조회사 상품에 비해 이점이 많다. 상조회사 상품은 일정 금액을 매달 납입하다가 가입자가 납입 도중 사망할 경우 잔금을 치러야 장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반면 보험사의 상조보험은 종신보험과 개념이 비슷하다. 보험기간 중 언제라도 사망하면 미리 약속된 사망보험금 전액을 받아 장례에 쓸 수 있다. 상조보험이 인기를 끌면서 틈새시장 개발도 활발하다.

상조업계 상품 가입자와 비교하면 아직 상조보험 가입자 수는 아직 미미해 보험사들이 높은 성장성을 기대하고 있다. 상조업체 상품 가입자는 5월 말 현재 355만명에 달하는 반면 상조보험 가입자 수는 30만~40만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상조업계에서는 "보험사들의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면 상조업체들이 4~5년 내에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하소연한다.

현재 상조업체 300곳 중 자본금이 20억원을 넘는 곳이 4곳에 불과하다. 대부분 3억원 미만의 영세한 업체들이 많고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150%를 넘는 업체도 상당수다. 이에 따라 상조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형 보험사와 제휴를 맺는 데 목을 매고 있다. 보험사 상조보험 고객들을 자신들의 장례 서비스 고객으로 모시기 위한 경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