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씨는 단정한 입과 코가 어딘지 귀족같은 인상이…

"김동인씨는 갸름한 얼굴에 단정한 모습의 입과 코가 어딘지 귀족 같은 인상을 풍겼다."(손소희 글 그림·'한국문단 인간사' 중에서)

자신의 글에 직접 그림을 그려넣은 자작(自作) 삽화 전시회가 열린다. 글과 그림 모두에 재능 있는 작가와 화가들의 축제. 오는 16일부터 10월 30일까지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에서 열리는 '자작삽화 특별전-천경자·손소희·이성자·김병종'이다.

우선 화가 천경자(87)의 자서전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의 삽화와 원화 50여점은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에 1976년부터 1978년까지 연재됐던 화가의 자서전 원고와 원화가 관객을 만난다. 문학사적으로는 예술원 회원이었던 작가 손소희(1917~1987)의 '한국문단 인간사' 육필원고와 삽화 50여점이 의미있다. 1950년대부터 약 20년간의 문단 풍경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다. 귀족 같은 이미지로 그려냈던 김동인(1900~1951)은 물론, 장미와 진달래 사이의 어떤 지점으로 형상화한 최정희(1912~1990), 대머리였던 공초 오상순(1894~1963) 등 당대의 문인들을 글과 그림으로 묘사했다. "공초 (오상순) 선생은 온통 대머리였고, 모습은 돌로 만들어진 돌사람에게 생명이 금방 투여되어서 얼굴의 부분부분이 조금씩 조금씩 깨어나는 듯한 그러한 인상이었다."(손소희·같은 책)

또 화가 이성자(1918~2009)가 1969년 파리에서 열었던 '시조와 서화전'의 작품 10점, '화첩기행'으로 이름난 서울대 미대 김병종(58) 교수의 '라틴 화첩기행'의 작품 3점도 함께 전시된다.

매주 토요일 2시부터는 6회에 걸쳐 강의도 있다. 17일 정병규의 '삽화, 글과 그림', 24일 서영은의 '귀스타브 도레의 돈키호테', 10월 8일 이채형의 '작가와 고향', 10월 15일 이근배의 '황진이 시조에 대하여', 10월 22일 정진규의 '시·서·화의 만남에 대하여', 10월 29일 김남조 '나의 삶, 나의 시'다.

강인숙 관장은 "우리나라 전통예술에서 글과 그림은 늘 하나였다"면서 "저명한 화가이면서 문필가인 희귀한 예술가들의 글·그림 상호 침투와 상호 탐색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의의를 밝혔다. (02)379-3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