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칼을 뽑을까

〈제8보〉(99~115)=20세를 넘겨 입단해선 프로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게 일본에서도 정설이다. 28세나 먹은 사카이(坂井秀至)가 "프로기사가 되고 싶다"며 찾아갔을 때 관서기원이 보였던 태도는 감동적이다. 기존 프로들과의 테스트를 거치게 한 뒤 일약 五단을 인허해 주었다. 만약 당시 "입단대회 외엔 길이 없다"며 사무적으로 대응했더라면 오늘날 정상의 일각까지 오른 의사 출신 스타 기사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99가 불가피할 때 100으로 때렸다. 참고1도의 패(覇)맛을 해소해 버린 것. 이로써 좌상귀는 다시 잡혔다. 죽음과 부활, 삶과 사멸(死滅)이 소용돌이처럼 순환하고 있다. 다급해진 흑이 103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104는 좌변과 중앙을 함께 노리는 호처. 여기서 흑은 참고2도 1이 정수지만 백2, 4가 두렵다. 105는 그럴 바엔 아예 몽땅 연결한 뒤 승부를 결하겠다는 뜻.

이제 111까지는 필연이다. 백도 신중하다. 즉각 '가'로 씌우는 대신 112로 자신부터 보강했다. 즉각 '가'로 달아나는 건 좀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흑은 113, 115로 엉뚱한 곳에서 시비를 걸어본다. 백으로선 이제 칼을 뽑을 때가 온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