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250만원 돼야"… 정부 "30~50만원" 적절

조기(早期) 위암 내시경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의료수가를 놓고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갈등을 빚으면서 환자들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환자들은 다행히 조기 위암을 발견해놓고도 위장의 3분의 2를 잘라내는 기존의 복강경 위암 수술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내시경 시술비 산출 근거 논란

병원들은 그동안 조기 위암 내시경 시술 비용으로 150만원에서 250만원을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9월부터 건강보험에 적용시키면서 이 시술 비용을 30만~50만원으로 책정했다. 양측 간에 가격 차가 크다.

복지부는 지난해 말부터 소화기내시경학회와 의사협회, 내시경 기기 수입업체 등에 치료비와 재료비 산출 자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 자료에 따라 의료수가를 책정했다는 것이다. 복지부 이스란 보험급여과장은 "수가를 확정하기 전에 이의가 있으면 행정 절차에 따라 조정 신청을 제기할 수 있으나 관련 학회와 병원은 이를 하지 않았다"며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 못 하겠다고 하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화기내시경학회는 "적절한 진료비 책정 근거를 (복지부에) 제출했으나 복지부가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시술에 쓰이는 핵심 장비인 내시경 칼의 수입 가격은 20만~40만원이다. 이번에 건강보험에서 책정한 칼 값은 9만원선이다. 의사들의 시술료는 21만원으로 됐다. 충북대 소화기내과 한정호 교수는 "의료진 4명이 투입돼 두 시간가량 시술하는 비용이 21만원이면 도저히 이 치료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식도·대장 조기암은 내시경 시술 못 받아

지금까지 병원에서는 식도와 대장에 생긴 조기암도 위암 치료와 같은 방식으로 내시경 시술로 암을 제거했다. 하지만 이번 건강보험 정책에서 내시경 시술 허가 범위를 2㎝ 미만 조기 위암에 국한했다. '국민건강보험법'상 허가된 시술 이외의 것을 병원이 임의로 하면 치료비를 환불하고 과징금을 물게 돼 있다.

복지부는 "우리보다 이 시술을 앞서 도입한 일본에서도 식도와 대장 조기암 내시경 시술 효과는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시술 효과에 대한 확실한 학술적 연구 결과 없이 전국민에게 해당하는 건강보험을 확대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위암 전(前) 단계, 즉 가만히 놔두면 위암이 되는 위 점막의 일부 '고도(高度) 이형성증'도 시술 허가 대상에서 빠졌다.

이에 대해 소화기내시경학회는 "이제는 일본보다 우리나라의 기술이 더 뛰어나 효과가 좋게 나온다"며 "기껏 조기암을 발견하고도 환자들은 식도와 대장을 잘라내는 큰 수술을 받게 될 판"이라고 말했다.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여 큰돈 들이지 않고 간단하게 치료하는 것이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는 일인데 우리나라 보험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학회는 주장했다.

☞ 조기 위암 내시경 제거시술(ESD)

위 점막에 국한된 위암을 위를 잘라내지 않고 내시경으로 제거하는 첨단 치료법. 내시경을 통해 위암 세포 밑으로 특수 용액을 집어넣어 위암 조직을 위로 뜨게 한 후 이를 포 떠내듯 제거한다. 전신 마취가 필요 없고, 시술시간은 대개 2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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