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파퍼씨네 펭귄들

오랜만에 보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가족 영화다. '파퍼씨네 펭귄들'은 '나 홀로 집에'나 '개구쟁이 데니스' 등 1990년대 유행했던 가족영화의 계보 위에 있다. 아이들이 등장하고 소동이 벌어지고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뻔한 내용이지만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등 판타지 영화에선 느낄 수 없던 따뜻함이 배어난다.

부동산 매매업자 톰 파퍼(짐 캐리)는 성공한 뉴요커다. 불가능해 보이는 계약도 그가 나서면 척척 해결된다. 그에게 뉴욕 센트럴파크의 유서 깊은 식당 '태번 온 더 그린(Tavern on the Green)'을 인수하라는 임무가 맡겨진다.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펭귄 6마리가 배달돼 온다. 세계 탐험을 떠났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며 남긴 선물이다. 파퍼는 불청객들을 쫓아내려 하지만, 이혼으로 2주일에 한 번 만나는 아들이 펭귄을 생일 선물로 오해한다. 파퍼는 마지못해 펭귄을 보살펴야 할 처지에 놓인다.

짐 캐리는 '이터널 선샤인'과 같은 진지한 영화에서도 빛나는 배우지만, 역시 가족 코미디에서 재능이 남김없이 발휘된다. 영화 내내 우스꽝스럽게 변하는 표정 연기는 그가 아니고선 해낼 수 없을 듯하다. 이제 곧 50줄에 접어드는 그의 얼굴 주름살이 눈에 띄게 늘어난 만큼 연기의 울림도 커졌다. 식당 구석 자리에 얽힌 사연을 말하는 장면에선 짐 캐리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실사(實寫)를 기초로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펭귄은 크게 흠잡을 게 없다. 대장이, 사랑이, 꽥꽥이, 깨물이, 뿡뿡이, 띨띨이 등 캐릭터가 확실하고, 적절한 슬랩스틱 코미디로 웃음을 선사한다. 어린이 관객들이 좋아할 만하다. 하지만 예측 가능하면서도 정교하지 못한 스토리 라인이 어른 관객에겐 지루하거나 빈약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센트럴파크 안에 존재했던 식당 '태번 온 더 그린'은 2009년 12월 31일자로 문을 닫았다. 미국발 금융 위기의 여파였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상실감은 '잃어버린 것'에 대한 미국인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마크 워터스 감독 연출. 95분. 전체 관람가.

☞ 이것이 포인트

#장면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짐 캐리를 향해 위층에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펭귄들. 나선형으로 지어진 미술관의 특성을 제대로 활용했다.

#해외평

“딱히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러나 워터스(감독)는 이전 작품에서 보여줬듯 영화 내내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뉴욕타임스)

#이런 분들 보세요

추석 연휴, 아이들에게 신나는 영화를 보여주면서 남편에겐 “가족도 좀 신경 쓰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