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勝負手

〈제9보〉(116~127)=올해 하반기 원성진(26)의 기세는 하늘을 찌른다. 6월 하순 이후 지금까지 전적이 무려 19승 1패다. 9연승 후 1패를 기록한 뒤 다시 10연승 중이다. 그 과정에서 농심배 한국대표로 뽑혔고, 오늘(6일)부터는 조한승을 상대로 국수전 도전자 결정전을 벌인다. 국제무대서도 순항을 계속하면서 9월 랭킹에선 3위로 두 계단 올라섰다. 타고난 강펀치가 20대 중반 절정기를 맞아 마침내 대폭발하고 있는 느낌.

116으로는 왜 '가'로 차단해 중앙 흑을 적극 공격하지 않았을까. 참고도를 보자. 흑은 8까지 선수(先手)로 상변을 헤집은 뒤 10 이하 14까지 거꾸로 중앙의 좌우 백 대마에 역공을 가해올지 모른다. 이건 백이 꽤 피곤해 보이는 그림이다. 따라서 116은 매우 현명한 호수(好手)였다는 결론.

117때 118도 냉정했다. 좌변 백 3점을 미끼로 '나'로 씌워가겠다는 뜻. 흑도 119로 중앙 백진을 헤집으며 무언가를 노린다. 흑이 손을 뺀 만큼 120은 일단 큰 자리. 그 순간 흑이 121이란 비장의 승부수를 꺼내들었다. 127로 단수친 데까지 일단 흑의 역습이 성공한 모습. 백은 두 점을 잇고도 중앙 대마를 타개할 비책이 준비돼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