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이모씨는 지난달 경찰청 직원을 자처한 한 남성의 전화를 받았다. 이 남성은 "사기범 일당을 검거했는데 당신의 통장이 범죄에 이용됐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으니 신속히 경찰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신고하라"고 권유했다.
당황한 이씨는 전화를 건 남성이 알려준 홈페이지에 접속해 ▲은행 계좌번호 ▲계좌 비밀번호 및 이체 비밀번호 ▲보안카드 번호 ▲신용카드 번호 및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이씨가 입력한 각종 금융정보를 이용해 2000만원의 카드론 대출을 받고 1300만원의 예금을 빼내 달아났다. 알고 보니 이 남성이 알려준 홈페이지는 모양이 경찰청 홈페이지와 비슷한 '피싱(가짜) 사이트'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5일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의 홈페이지처럼 꾸민 피싱 사이트를 만들어 전화금융사기에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시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사기범들은 이씨의 사례처럼 전화로 피싱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해 각종 금융정보를 빼내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아 대출을 받거나 예금을 빼내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피싱 사이트는 도메인 주소가 'go.kr(정부)' 'or.kr(공공기관)'처럼 되어 있지 않고 'cyber112.co.cc (경찰청 사칭)' 'spovvkr.net(검찰청 사칭)' 등으로 되어 있다.
사기범들은 발신번호도 조작해 마치 검찰·경찰에서 전화를 건 것처럼 사칭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안내하는 직원이 기계음이나 중국 동포 말투가 아니라 유창한 서울말을 사용하는 것도 예전과는 다른 특징"이라고 말했다. 피싱 사이트를 이용한 금융사기는 전화로만 사기를 저지르는 보이스 피싱보다 피해금액이 크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어떤 수사기관도 개인의 금융정보를 전화나 인터넷상으로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