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지원 15년… 인생 가장 큰 보람"

"우리나라에서도 하루빨리 기초자연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우리 재단도 세계적 학자를 배출하기 위한 지원을 계속 늘릴 계획입니다."

노신영(81)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최근 전국의 기초과학 전공 대학생·대학원생 총 760명에게 모두 23억70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올 상반기에도 23억4000만원이 지급됐다. 이렇게 1983년 설립 이후 총 354억원이 지원되면서 수혜자가 3만명을 넘어섰다.

노 이사장은 1995년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초점을 '기초자연과학도 육성'에 맞췄다. "선진국들은 기초과학에 많이 투자해왔죠. 우리는 압축성장했기 때문에 그렇지 못했어요. 하지만 기초과학을 단단히 다져놓지 않으면 더 큰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롯데장학재단은 신격호 그룹 총괄회장이 1983년 삼남장학회를 만들며 시작됐다. 신 회장은 1942년 일본으로 가 신문과 우유를 배달하며 와세다대 화학공학과를 다녔다. '삼남'은 그의 고향 마을 이름이다. 신 회장은 1994년 롯데복지재단을 만들면서 노 이사장에게 이사장을 부탁했고 이듬해 삼남장학회 이사장까지 맡겼다. 노 이사장은 현재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1994년 신 회장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우리나라에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데 큰 꿈을 갖고 왔다가 대접은커녕 원망만 품은 채 돌아가곤 하는데, 이걸 없애야겠다는 거예요. '나도 일본에서 외국인으로 고생하며 사업했기 때문에' 그 사정을 잘 안다는 거죠. 그들을 위한 복지재단을 만드는데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장학재단도 맡게 됐어요."

노 이사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제네바 대표부 대사와 외무부 장관을 거쳐 제18대 국무총리를 지냈다. 이후 롯데재단 이사장을 맡으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관직을 그만두고 와 이 이상 보람있는 일은 없지 않은가 싶다"고 했다.

롯데의 기초자연과학 장학생 가운데 146명이 화학·생명과학·물리학 등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사이언스'에 논문을 낸 손석우 박사, '몰큘러 셀'지에 논문을 실은 김현의 박사 등도 포함됐다. "학생들은 다른 생각 하지 말고 자기 전공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전념해 주었으면 해요. 우리 재단은 재작년부터 세계적 명문대 박사과정 유학생에게 학비와 생계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는데, 계속 늘려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