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폭락장… ETF(상장지수펀드) 웃고 ELS(주가연계증권)·ELW(주식워런트증권) 울고

주식파생상품의 대표적 3형제로 꼽히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주가연계증권(ELS), 주식워런트증권(ELW)이 8월 폭락장에서 극명하게 명암이 엇갈렸다.

ETF는 거래량이 폭증한 데다 일부 종목에서 꾸준한 수익을 냈다. 반면 ELS와 ELW는 울상이다. ELS는 몇몇 상품이 원금손실한계선(Knock-in barrier)을 넘어 약정된 수익을 올리기가 어려워졌다. ELW는 상품 특성상 등락 폭이 커지면 수익을 내기에 좋지만 최근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현상 유지에도 급급한 한 달을 보냈다.

◆ETF, 거래 폭발… 대안상품 자리 매김

올해 초까지만 해도 1000만주가 안 되던 ETF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8월 들어 7500만주로 폭증했다. 8월 들어 급등락 장세가 이어진 것도 주요 이유지만 상장 종목 수가 100개를 넘어서고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투자자층이 확대된 것도 주효했다.

여기에는 주가 등락 폭의 2배를 가격에 반영하는 레버리지ETF와 주가가 하락해도 돈을 벌 수 있는 인버스ETF의 활약이 컸다.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KODEX)레버리지ETF는 7월 일평균 거래량이 520만주 정도에 그쳤지만 8월에는 2800만주로 5배 넘게 뛰었다. 코덱스인버스ETF 역시 7월 850만주에서 8월 3500만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두 종목 거래량이 뛰면서 전체 거래량을 끌어올린 셈.

수익률도 나쁘지 않았다. 인버스ETF의 8월 한 달간 수익률은 13.2%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 11.8%와 대조를 이뤘다. 레버리지ETF는 한 달 수익률이 -25%였지만 몇 차례 상승장에서 10%대의 수익을 올리기도 하는 등 단기 반등장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금 관련 ETF도 각광을 받는 등 여타 상품으로 관심이 확산된 것도 성과다.

◆움찔한 ELS… "지금이 기회" 진단도

ELS는 주가가 완만하게 오르거나 소폭 내린 선에서는 수익이 나지만 급락장에서는 원금 보전이 어렵다. 이번 폭락장에서도 삼성전기와 LG디스플레이, LG전자, 한진해운, 하이닉스반도체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 상품 일부에서 손실이 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장중 저점을 찍었던 지난달 9일을 기준으로 원금비보장형ELS 잔액 16조2000억원 중 7%인 1조1000억원 규모의 ELS 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발행물량도 감소했다. 7월 1417건에 3조1600억원어치가 발행됐던 ELS는 8월 들어 발행건수는 18% 감소하고 물량도 2조7000억원에 그쳤다.

그나마 ELS는 원금보장형을 중심으로 발행이 꾸준히 이어지는 등 폭락장을 교훈 삼아 절치부심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주가가 많이 떨어진 지금이 ELS로 수익 내기에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극단적인 경우에도 손실 볼 가능성이 적어졌다"며 "지금이 오히려 ELS 투자 적기"라고 강조했다.

◆ELW, 급등락장세 반가워야 하는데…

ELW는 8월 한 달 찬바람만 불었다. 가격이 하락할 때 수익을 내는 풋ELW 일부가 이른바 '대박'을 내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거래는 계속 줄기만 했다.

연초 하루 2조원씩 거래되기도 했던 ELW는 8월에는 하루 1조원 넘기도 벅찼다.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며 내놓은 조기종료ELW(코바워런트)는 이번 급락장에서 70%의 손실만 낸 채 6개가 청산됐다. 상장 종목 수는 현재 고점 대비 1000개가량 줄어든 9000여개.

일부 스캘퍼(초단타매매자)와 증권사 사장들에 대한 검찰 조사의 영향이 크다. 일부 국내 증권사들은 아예 신규 발행을 중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8월부터 신규 투자자에 대해 1500만원의 기본예탁금 부과가 시작됐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ELW시장에 대한 장벽 자체가 높아지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른 상품에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