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두터움 特講

〈제10보〉(128~135)=바둑에서 말하는 '두터움'이란 무엇일까. 실리(實利)와 대비되는 개념이란 것만 분명할 뿐 그 실체를 정확히 설명하기란 매우 어렵다. 집과 달리 두터움의 계량화는 불가능하다. 두터움을 좌우하는 것은 역시 병력(兵力)이다. 중원 또는 변(邊)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만한 환경이면 '두텁다', 그 반대일 경우 '엷다'고 한다.

지난 보(譜)까지 백이 온통 중원을 지배하는 것 같았는데 어느새 중앙 백이 포위되면서 흑이 두터움을 구축해가고 있다. 128은 절대수. 백 2점을 버리면 흑이 사통오달하면서 절대적 두터움을 구가하게 된다. 129로 즉각 참고도 1로 끊으면 어떻게 될까. 흑에게 팻감만 많았다면 유력했겠지만 지금은 6이 있어 흑이 견디지 못한다(5…?Y). 백은 팻감수를 확인하고 이렇게 두었다는 결론. 역시 두터움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131로 134에 끊으면? 그 경우 백은 상중앙 백 5점을 사석(捨石)으로 외곽을 싸바른 뒤 '가'에 두어 좌변 흑을 공격한다. 최철한 같은 공격형 기사였다면 132로도 133에 끊어 좌변 공략에 나섰을지 모른다. 곡절 끝에 135까지 일단락. 이제 중원의 두터움은 흑이 장악한 가운데 하중앙 백 대마의 두 눈(眼) 확보 여부가 초점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