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 업종 오랜만에 웃다

D램가격이 안정될 것이란 기대감과 과대 낙폭으로 인한 저가매수 자금이 유입되면서 전기전자(IT) 업종이 오랜만에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달 급락증시에서 전기전자 업종 투자자들은 최악의 시간을 지내왔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와 반도체가격 하락 그리고 사업경쟁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잇따라 나오면서 경기민감업종의 주가가 연일 약세를 보였었다. 그러나 7일 주식시장에서 전기전자 업종은 6.9% 오르며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

◆D램가격 안정 기대 높아져

이날 삼성전자가 6.3% 상승하며 77만원을 회복했고,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9.1%, 8.3% 올랐다. 하이닉스는 14.7% 상승하며 가격제한폭 직전까지 치솟았다.

특히 삼성전자가 이날 기록한 6.3%의 상승률은 지난 2009년 1월 28일(10.5%) 이후 최고 기록이다.

이날 전기전자 업종이 급등세를 보인 이유는 D램 가격 하락세가 둔화되면서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여기에 전기전자업종의 과대 낙폭으로 저가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남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비 PC D램과 낸드를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며 "PC D램과 낸드 현물가격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메모리 업황이 바닥을 지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업황전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자 기관들의 매수세도 집중됐다. 이날 기관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각각 898억원, 626억원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아직 안 죽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애플과 구글보다 소프트웨어 업종에서 빈약한 경쟁력을 보이면서, 사업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소프트웨어 부문 강화 등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전문인력 채용과 M&A(인수·합병)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잇따라 나오자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잇달아 내리기도 했다. 전체 코스피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도 이미 10% 아래인 9.95%로 떨어진 상태다.

그러나 이 같은 평가가 박하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세계 D램 시장에서 41.6%로 사상 최고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강력한 하드웨어 경쟁력이 과소평가됐다는 설명이다.

이순학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애플 다음으로 사업경쟁력이 있는 곳"이라며 "TV부문 업황은 좋지 않지만, 휴대전화 부문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단순 저가매수세에 의한 반등이라는 의견도

그러나 이날의 상승 원인과 향후 전기전자 업종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우선 낙관론자들은 전기전자 업종 주가가 다른 업종에 비해 낮고, 반도체 가격도 곧 안정될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 대만 반도체 업체인 난야테크놀로지가 관리종목에 들어가 10% 감산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제조업 경기지표가 좋아지면서 IT업종이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가 회복되면 가장 먼저 반영되는 곳이 반도체업종이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상승은 단순히 저가매수세 유입과 프로그램 순매수 전환으로 IT업종도 다른 업종과 같이 덩달아 상승세를 보인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이날 차익거래의 매수 규모가 비차익의 매도를 넘어서며, 나흘 만에 전체 프로그램은 971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IT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도 대부분 상승했다"며 "증시 자체가 많이 조정받았기 때문에 저가매수가 들어왔고 프로그램 매수물량이 몰리면서 생긴 일시적인 상승세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