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이번 달부터 조기 위암 내시경 시술(ESD)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시술 대상을 '2㎝ 이하 조기 위암'으로 국한한 것에 대해 의료계가 "진료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환자의 나이, 병소 위치, 상태에 따라 시술 대상과 범위가 각각 다 다른데 정부가 시술 범위를 '2㎝'로 못을 박아놔 이 시술이 꼭 필요한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협회는 7일 이 문제로 기자회견을 갖고 대(對)정부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복지부는 "2㎝는 ESD 치료 효과의 적절성과 시술이 남용될 우려를 고려한 수치"라며 "의료계가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시술 대상을 규정한 고시(告示) 이외의 경우를 의사가 시도했을 때는 불법 시술이 된다. 병원은 그에 해당하는 진료비를 전액 환수당하고, 고시 위반이 반복될 경우 진료비 3~5배의 과징금을 물게 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2㎝' 넘는 조기 위암을 ESD로 치료하면 불법이 되며, 그런 환자는 전신마취를 통해 복강경이나 배를 여는 개복 수술로 위장(胃腸)의 3분의 2를 잘라내는 외과 수술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2㎝' 넘는 조기 위암도 ESD로 제거해야 할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80세 고령 환자에서 2.3㎝ 조기 위암이 발견됐고, 환자가 수술받기를 거부했을 때 ▲조기 위암 환자에게 심장병이나 폐질환, 만성 간질환 등이 있어서 전신마취 수술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일 경우 등이다. 또한 체중이 100㎏인 환자의 조기 위암 '2㎝'와 체중 50㎏의 '2㎝'는 의미가 다르다는 것이다.
소화기내시경학회 전훈재 총무이사(고려대병원 내과)는 "법 지킨다고 심장병 앓는 조기 위암 할아버지를 전신마취 수술대에 올려야 하는 게 의사의 윤리냐"고 반문했다. 조기 위암은 내시경으로 제거만 해도 환자 생존율이 일반 수술에 버금간다고 전 교수는 말했다.
복지부의 '2㎝' 규정은 조기 위암이 그 이상 크면 암세포가 위장 주변 림프절로도 전이됐을 확률이 높다는 학술데이터에 근거했다.
복지부는 이스란 보험급여과장은 "학회가 학술 근거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거나 관련 데이터가 쌓이면 시술 허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