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絶妙한 타개

〈제11보〉(135~145)=조금 전까지만 해도 백이 중원을 지배하는 형상이었는데 어느새 하중앙 백 대마가 고립됐다. 외곽 흑의 벽이 워낙 견고해 탈출도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상황은 매우 단순해졌다. 초점이 중앙 백 일단의 사활로 좁혀진 것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산다면 도처에 많은 집을 챙겨놓은 백의 승리가 확정적인 국면. 하지만 두 눈을 마련하지 못한다거나 패(覇)라도 난다면 사태는 반전할 것이다.

원성진은 중앙 대마 사활(死活) 문제를 136, 138, 140의 단 3수로 풀었다. 이것으로 좌우에서 1집씩 추가로 마련할 수 있어서 대마는 절묘하게 살았다. '해답'을 보고 나면 쉬워 보이지만 막상 실전에서 이 수순을 찾아내기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흑에게 반발 수단은 없었을까. 137로 참고도 1에 붙여가는 수가 가장 유력한데, 그러나 12에 끊기는 수가 남아선 흑이 견디지 못한다.

하지만 사카이는 좀 더 항전(抗戰)을 계속한다. 하긴 얼마 만에 올라온 세계무대인가. 그나마 자력으로 통합예선을 통과한 것도 아니고 국가시드 4명에 뽑혀 나온 처지다. 일본세는 통합예선서 전멸했다. 144까지는 백의 권리. 그래놓고 원성진은 전국을 휘둘러 본다. 승리를 굳힐 마무리 일발(一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