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볼 만한 공연] [뮤지컬연극] 보름달 아래 고궁에서 뮤지컬이 펼쳐진다

추석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볼 만한 뮤지컬·연극을 가려 뽑았다.

◆고궁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

보름달 아래 고궁에서 펼쳐지는 이색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은 답답한 극장에서 나와 하늘이 탁 트인 궁궐에서 펼쳐진다. 무대는 경희궁 숭정전 앞마당. 연극계의 명콤비 연출가 서재형과 극작가 한아름이 손을 잡은 이 뮤지컬은 조선시대 궁에서 벌어지는 하룻밤 이야기를 담았다.

어느 여름밤, 왕세자 실종사건이 발생한다. 그를 찾는 소동 속에서 내시 구동과 왕비 몸종인 자숙이 처소를 이탈한 사실이 밝혀진다. 두 사람의 미스터리한 만남을 캐묻는 최 상궁의 추궁 끝에 숨겨진 진실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자숙을 쫓아 스스로 거세하고 입궁한 구동의 가슴 아픈 사연이 애절하게 펼쳐진다. 숭정문과 회랑을 이용한 전통적 무대와 현대적 느낌의 미니멀한 무대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관객들은 왕의 자리인 숭정전의 월대 위에 올라앉아 마치 조선시대 왕이 연회를 내려다보듯 공연을 보는 색다른 경험을 누릴 수 있다. 21일까지 경희궁 숭정전. (02)501-7888

◆1인 뮤지컬 '벽속의 요정'

진한 감동을 원하는 중년 관객에게는 김성녀의 1인 뮤지컬 '벽속의 요정'을 권한다. 2005년 초연 이후 올해 7회째를 맞는 이 작품은 매년 전회 기립박수를 받으며 수많은 관객들을 울리고 웃긴 수작. 일본 작가가 스페인 내전을 다룬 원작을 극작가 배삼식이 1940~90년대 한국으로 옮겼다. 아버지가 40년간 벽 속에 숨을 수밖에 없었던 가정, 벽 속에 요정이 있다고 믿는 딸의 이야기다.

김성녀는 무대에서 다섯 살 딸부터 엄마, 아버지, 건달까지 1인32역을 맡아 2시간 동안 열연을 펼친다. 벽 속에 숨어 딸의 성장을 지켜봐야 하는 아버지의 애틋한 사랑, 가난과 남편의 부재 속에서도 가정을 굳건히 지키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가족애란 무엇인지를 곰곰 되씹게 한다. 연출은 김성녀의 남편인 손진책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맡았다. 25일까지 PMC 대학로 자유극장. (02)738-8289

◆연극 '우어 파우스트'

현대 감각으로 재탄생한 묵직한 고전 연극도 눈에 띈다. 명동예술극장이 독일의 스타 연출가 다비드 뵈시를 초빙해 올리는 '우어 파우스트'다. '우어 파우스트'는 독일 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파우스트'의 초기작. 25세 청년 괴테가 가슴에 품고 있던 젊음과 사랑, 파멸 등이 집약된 작품이다. 독일 연극의 젊은 거장이라 불리는 다뵈드 뵈시는 이론에 구애받지 않는 지적인 연출과 고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돋보이는 연출가다.

돈도 명예도 얻었지만 가슴이 텅 빈 남자 파우스트는 배우 정보석이 연기한다. 정보석은 "흔히 생각하는 철학적이고 초인적인 파우스트와 달리 '위기의 중년 남자' 파우스트로 색다른 해석이 더해졌다"고 했다. 10월 3일까지 명동예술극장. 1644-2003

◆뮤지컬 '렌트'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작품.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갈등, 우정, 삶에 대한 희망을 그렸다. 1996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시작해 그해 토니상 4개 부문을 석권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초연 이래 큰 성공을 거뒀다. 이번 공연에는 가수 브라이언이 뮤지컬 무대에 첫 도전하고, 강태을·윤공주 등 뮤지컬 스타가 함께 출연한다. '렌트'의 음악감독을 맡아온 박칼린이 올해는 연출을 맡았다. 박칼린은 "원작의 본질은 에이즈, 마약 등으로 인한 혼란이 1990년대 미국 젊은이들을 덮친 충격"이라며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렌트'가 내뿜었던 본질적인 혼란에 더욱 주목할 것"이라고 했다. 10월 9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