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손주가 함께쌓고 굴리고… 게임 한판!

명절에는 할아버지부터 손주까지 온 가족이 모이지만 정작 함께 즐길거리가 많지 않다. 고스톱은 아이들에게 좋지 않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비디오 게임은 여러 명이 함께 할 수 없다. 여기 대안이 있다. 보드게임이다. 알록달록한 종이판 위에 말과 카드를 올려놓고 노는 보드게임은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단순한 몇 가지 규칙을 익히면 논리력과 판단력, 그리고 운(運)에 따라 흥미진진한 승부가 벌어진다. 한가위 가족 놀이로 안성맞춤이다.

주로 독일 등 유럽에서 많이 개발되는 보드게임은 과거에는 영문이나 독일어로 제작돼 즐기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글판이 대거 출시됐다. 전문적으로 차려진 보드게임 카페를 찾아야 했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대형마트나 인터넷에서도 쉽게 보드게임을 구할 수 있다. 보드게임 카페 클루(www.cafeclue.com)의 이윤하 대표 도움을 받아 추석날 온 가족이 쉽게 해볼 수 있는 보드게임을 정리했다.

◆인생게임

종이판 위에 작은 자동차(말)를 올려놓고 숫자판을 돌려 나오는 숫자만큼 앞으로 나아가는 쉬운 보드게임이다. 처음에 각자 직장 생활부터 시작할지 대학 생활부터 시작할지 정한다. 직장 생활부터 시작하면 직업 카드를 뽑고 같은 색깔의 월급 카드를 뽑아 돈을 벌며 움직인다. 대학 생활부터 시작하면 은행에서 10만달러를 대출받아 시작한다.

칸마다 촘촘히 미션이 적혀 있다. '결혼' 칸에 도착하면 자동차에 사람 모양 핀을 하나 더 끼운다. '월급날' 칸을 지날 때면 자기 월급 카드에 적힌 액수만큼 돈을 받는다. 중간중간 "다른 플레이어와 월급 카드를 교환하세요" "야간대학 등록금 2만달러를 내세요"와 같은 짓궂은 미션도 나온다.

게임의 승부는 모든 자동차가 '은퇴' 칸에 도착할 때 결정된다. '은퇴' 칸에 도착하면 모든 대출을 갚고 주택을 판다. 집값은 회전판을 돌려서 나온 숫자에 따라 결정된다. 마지막 사람이 도착하면 서로 돈의 액수를 비교해 많이 모은 사람이 승자가 된다. 9세 이상. 2~6인용.

◆할리갈리 딜럭스

자두·바나나·라임·딸기 등 4가지 과일이 그려진 카드 75장으로 하는 게임이다. 둥그렇게 둘러앉아 자기 카드를 한 장씩 뒤집어 보인다. 특정 과일의 합이 5가 되면 가장 빨리 종을 친 사람이 펼쳐진 카드를 다 가져온다. 카드가 바닥난 사람이 한 명씩 탈락한다. 종 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떠들썩한 게임이다. 2~7인. 6세 이상.

◆카탄의 개척자

독일에서 제작돼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보드게임 중 하나다. 3~4인용 기본 게임 외에도 5~6인이 즐길 수 있는 확장판, 몇 가지 규칙을 추가한 추가 버전 '뱃사람' '도시와 기사'가 출시됐다.

게임을 시작하면 참가자들이 2에서 12까지 숫자가 붙어있는 육각형의 지형 파일로 섬을 만들고 집을 짓는다. 게임은 돌아가며 주사위 2개를 굴리며 진행한다. 두 주사위의 합과 같은 숫자가 적힌 땅에서 자원이 나오고, 그 주변에 집을 지은 사람이 자원을 가져간다.

자원이 모이면 서로 거래를 할 수 있다. 지형 파일을 어떻게 배치하고 집을 어디에 지었는지에 따라 부족한 자원과 넉넉한 자원도 생긴다. 밀·목재·벽돌·철·양털 등 5가지 자원은 게임마다 값어치가 달라진다. 정확한 가치를 파악해서 적절한 비율로 교환하는 게 성패를 좌우한다.

자원으로는 길을 만들고 집을 짓는다. 집은 1점, 집을 업그레이드한 도시는 2점씩 계산해 10점을 먼저 얻는 사람이 승리한다. 아이들에게 경제활동 개념을 길러줄 수 있어 교육용으로도 좋다. 10세 이상. 5~6인용(확장판).

◆젠가

길쭉한 직육면체 나무 탑에서 아래쪽 나무토막을 뽑아 위로 쌓는 게임. 1970년대 영국에서 개발했다. 한 명씩 번갈아가면서 나무토막을 뽑는데 탑을 쓰러뜨리는 사람이 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탑이 위태롭게 올라간다. 나무 탑이 우당탕 소리를 내며 쓰러질 때 온 가족이 함께 웃을 수 있다. 1인 이상 무제한. 6세 이상.

◆젬블로

국산 게임인데도 디자인이 간결하고 아름다워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파랑·빨강·보라·노랑·초록·하양 등 6가지 빛깔 보석으로 판을 채워나가는 게임이다. 처음 놓는 보석은 아무 곳에나 놓을 수 있지만, 두 번째 놓는 보석부터는 내려놓은 보석에서 한 칸 떨어진 곳에만 놓을 수 있다. 넓은 판 위에 보석을 내려놓는 게 쉬울 것처럼 보이지만 곳곳에 상대편 보석이 놓여 있어 점점 보석을 내려놓을 곳이 없어진다. 모든 참가자가 내려놓을 곳이 없으면 게임은 끝난다. 가장 많은 보석을 내려놓은 사람이 승자가 된다. 2~6인용. 6세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