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뭉클한 父情… 코믹연기에 담다
입력 : 2011.09.14 03:07
아들 잃고 7년만에 드라마 복귀… '보스를 지켜라'의 박영규
모든 걸 포기했을 때 죽은 아들이 연기하라 일으켜, 연기에 진실함을 담으면 눈물과 웃음은 같아
"그대 두고 떠나는 내 마음 한없이 울고만 싶어…내 사랑 그대여 언젠가는 또다시 만날 날이 있겠지…."
주름은 깊어졌지만 표정이 밝아졌다. 배우 박영규(58)다. 한때 즐겨 불렀던 노래라며 흥얼거리는 노랫말이 지난 세월 그의 아픔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2004년 오토바이 사고로 아들을 잃고 7년 가까이 배우의 길에서 비켜 살았다. 히트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의 '미달이 아빠'로 웃음과 감동을 줬던 그가 연기를 접은 거다.
그런 박영규가 최근 SBS '보스를 지켜라'(이하 보스)에서 판에 박힌 재벌 회장의 굴레를 벗고 말썽꾸러기 아들, 격의 없는 아버지, 동네 아저씨 같은 친근한 연기로 주연 배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10월 방송되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도 캐스팅됐다. 지난주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촬영 중인 그를 만났다.
―아들을 잃고 어떻게 지냈나.
"모든 걸 포기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었으니까. 두 번째 이혼 후 혼자였을 때다. 차원이 다른 고통이었다. 꿈과 현실을 구분 못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았다. 눈만 뜨면 바닷가를 걸으며 떠나간 아들을 생각했다. 행복은 사라졌고 삶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저 가슴에 묻는다'는 말을 절감했다. 나는 훌륭한 아빠가 아니었고 아들은 나를 원망할 것 같았다."
―어떻게 아들과 화해했나.
"아들에게 말했다. '아빠가 모진 목숨 버리고 널 따라갈 수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 따라 어디든 갈 수 있어도 네가 간 길은 함께 못 가는 게 아니겠느냐. 너를 잃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으로 대신하면 안 되겠니'라고. 아들이 '아버지는 아픔을 딛고 좋은 연기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면서 살아달라'고 말하는 것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아들이 나를 용서했다고 믿는다. '보스'는 그런 아들이 내게 준 선물이다."
―'보스'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시놉시스를 봤다. 비중은 작지만 '차 회장=나'라고 생각될 정도로 캐릭터가 좋아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옛날 같으면 드라마 시작할 때 내 이름 석 자가 안 뜨면 서운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캐릭터에 내 삶을 녹여낼 수 있다면 그뿐이다. 극 중 차 회장의 더러운 성질머리도, 환갑이 넘어 엄마 앞에서 피우는 애교도, '노은설'(여주인공) 같은 날라리에게서 숨은 능력을 발견해내는 지혜로움도 모두 내 안에 있다고 보면 된다."
―극 중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아들 '차지헌'에 대한 애정과 눈물을 코믹함과 엮는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눈물과 웃음은 같다. 아들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음을 뒤늦게 안 차 회장이 아들 방에서 둘리 인형을 껴안고 우는데 아들이 '왜 남의 인형에 침을 흘리느냐'며 쏘아붙이는 상황은 코믹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부자간 소통의 부재라는 아픔이 담겨 있다. 이 리얼리티를 살려야 웃음과 눈물이 공존할 수 있다. 세상살이의 갑옷을 벗고 인간의 순수함을 사실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진실함이 없으면 '싸구려' 코미디가 되는 거다."
―젊은 후배들을 보면 어떤가.
"스타성도 있고 영민함까지 갖췄지만 교만하다. 얼마 전 한 후배 여배우가 벌였던 일도 비슷한 거다. 힘들여 찍었는데 시청률은 낮고 광고가 안 붙으니까 돈벌이가 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늘 성공할 수 없으며 실패는 쓴 보약이다. 힘든 일을 견뎌야 좋은 배우가 된다. 나도 최근에야 알았다. 교만한 배우의 연기를 시청자들은 외면한다는 걸. '위대한 배우는 위대한 사람'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노래(카멜레온)도 발표했고, 뮤지컬(7인의 신부 등) 무대에도 섰다.
"카멜레온이 지금 나왔으면 대히트했을 텐데.(웃음) 사실 성악가가 되고 싶었지만 가난 때문에 꿈을 접었다. 1973년도 대전 KBS 연말 콩쿠르에서 1등도 했다. 뮤지컬은 계속 하겠지만 노래는 취미로 하련다."
―아직도 청춘인가 보다.
"워런 비티라는 배우를 참 좋아한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젊은 여성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로맨틱한 면이 있다. 기회가 닿으면 나도 20~30살 차이 나는 여인과의 러브 스토리 작품을 해보고 싶다. 아카데미상도 한 번 받고 싶고,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도 타고 싶다. 나 아직 젊지 않나. 불가능할까? 하하하."
주름은 깊어졌지만 표정이 밝아졌다. 배우 박영규(58)다. 한때 즐겨 불렀던 노래라며 흥얼거리는 노랫말이 지난 세월 그의 아픔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2004년 오토바이 사고로 아들을 잃고 7년 가까이 배우의 길에서 비켜 살았다. 히트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의 '미달이 아빠'로 웃음과 감동을 줬던 그가 연기를 접은 거다.
그런 박영규가 최근 SBS '보스를 지켜라'(이하 보스)에서 판에 박힌 재벌 회장의 굴레를 벗고 말썽꾸러기 아들, 격의 없는 아버지, 동네 아저씨 같은 친근한 연기로 주연 배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10월 방송되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도 캐스팅됐다. 지난주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촬영 중인 그를 만났다.
―아들을 잃고 어떻게 지냈나.
"모든 걸 포기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었으니까. 두 번째 이혼 후 혼자였을 때다. 차원이 다른 고통이었다. 꿈과 현실을 구분 못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았다. 눈만 뜨면 바닷가를 걸으며 떠나간 아들을 생각했다. 행복은 사라졌고 삶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저 가슴에 묻는다'는 말을 절감했다. 나는 훌륭한 아빠가 아니었고 아들은 나를 원망할 것 같았다."
―어떻게 아들과 화해했나.
"아들에게 말했다. '아빠가 모진 목숨 버리고 널 따라갈 수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 따라 어디든 갈 수 있어도 네가 간 길은 함께 못 가는 게 아니겠느냐. 너를 잃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으로 대신하면 안 되겠니'라고. 아들이 '아버지는 아픔을 딛고 좋은 연기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면서 살아달라'고 말하는 것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아들이 나를 용서했다고 믿는다. '보스'는 그런 아들이 내게 준 선물이다."
―'보스'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시놉시스를 봤다. 비중은 작지만 '차 회장=나'라고 생각될 정도로 캐릭터가 좋아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옛날 같으면 드라마 시작할 때 내 이름 석 자가 안 뜨면 서운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캐릭터에 내 삶을 녹여낼 수 있다면 그뿐이다. 극 중 차 회장의 더러운 성질머리도, 환갑이 넘어 엄마 앞에서 피우는 애교도, '노은설'(여주인공) 같은 날라리에게서 숨은 능력을 발견해내는 지혜로움도 모두 내 안에 있다고 보면 된다."
―극 중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아들 '차지헌'에 대한 애정과 눈물을 코믹함과 엮는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눈물과 웃음은 같다. 아들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음을 뒤늦게 안 차 회장이 아들 방에서 둘리 인형을 껴안고 우는데 아들이 '왜 남의 인형에 침을 흘리느냐'며 쏘아붙이는 상황은 코믹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부자간 소통의 부재라는 아픔이 담겨 있다. 이 리얼리티를 살려야 웃음과 눈물이 공존할 수 있다. 세상살이의 갑옷을 벗고 인간의 순수함을 사실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진실함이 없으면 '싸구려' 코미디가 되는 거다."
―젊은 후배들을 보면 어떤가.
"스타성도 있고 영민함까지 갖췄지만 교만하다. 얼마 전 한 후배 여배우가 벌였던 일도 비슷한 거다. 힘들여 찍었는데 시청률은 낮고 광고가 안 붙으니까 돈벌이가 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늘 성공할 수 없으며 실패는 쓴 보약이다. 힘든 일을 견뎌야 좋은 배우가 된다. 나도 최근에야 알았다. 교만한 배우의 연기를 시청자들은 외면한다는 걸. '위대한 배우는 위대한 사람'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노래(카멜레온)도 발표했고, 뮤지컬(7인의 신부 등) 무대에도 섰다.
"카멜레온이 지금 나왔으면 대히트했을 텐데.(웃음) 사실 성악가가 되고 싶었지만 가난 때문에 꿈을 접었다. 1973년도 대전 KBS 연말 콩쿠르에서 1등도 했다. 뮤지컬은 계속 하겠지만 노래는 취미로 하련다."
―아직도 청춘인가 보다.
"워런 비티라는 배우를 참 좋아한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젊은 여성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로맨틱한 면이 있다. 기회가 닿으면 나도 20~30살 차이 나는 여인과의 러브 스토리 작품을 해보고 싶다. 아카데미상도 한 번 받고 싶고,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도 타고 싶다. 나 아직 젊지 않나. 불가능할까?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