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서양 노인 실명 원인 1위), 한국도 안심지대 아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7명 중 한 명이 황반변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의 13%가 초기 황반변성을 갖고 있었다.

삼성서울병원 안과 함돈일 교수는 "서양은 65세 이상 노인의 실명 원인 1위가 황반변성"이라며 "한국도 수십년 전부터 서구식 생활이 보편화됐기 때문에 환자가 앞으로 계속 늘 것"이라고 말했다.

◆건성 환자의 10%는 습성으로 진행

사람의 안구 안쪽에는 카메라의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이 있다. 망막은 두께가 0.1~0.5㎜로 매우 얇지만 10겹으로 나눠진다. 이 중 하나라도 손상되면 시력을 잃을 정도로 민감하다. 황반은 망막의 가장 안쪽 중심부에 있는 시신경 조직으로, 사물을 선명하게 보고 색깔을 구별하게 해준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서 이런 기능을 하는 황반에 변화가 생겨, 사물이 뒤틀려 보이다가 시력을 잃는 질환이 황반변성이다. 황반변성은 건성과 습성으로 나뉜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성'은 노화로 파괴된 황반의 시세포(視細胞) 찌꺼기(드루젠)가 망막 아래(부르크막)에 쌓이면서 생긴다. 진행이 느리기 때문에 실명 단계까지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10% 정도는 빠르게 진행해 실명을 유발하는 '습성'으로 이어진다.

◆혈관에 노폐물 쌓이면 진행 빨라져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하면 황반 주변에 신생 혈관이 생겨서 찌꺼기가 쌓인 틈으로 파고든다. 이안안과 임찬영 원장은 "신생 혈관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터지면서 혈액이 배어 나와 망막에 흉터를 낸다"며 "습성 황반변성을 치료하지 않으면 15% 정도는 시력을 잃는다"고 말했다. 액체인 혈액이 문제의 주범이기 때문에 '습성'이라고 부른다.

임찬영 원장은 "누구는 건성이 습성으로 진행하고 누구는 진행하지 않는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건성 황반변성이 있으면 누구나 6개월마다 안과 검사를 받으면서 습성으로 가는지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력이 있으면 더 위험하지만, 녹내장·백내장 등 다른 안과 질환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김안과병원 조성원 교수는 "습성 황반변성을 막으려면 담배를 끊고 식생활을 개선해야 한다"며 "고지방식과 흡연으로 정상 혈관에 노폐물이 쌓여서 막히면 보상 작용으로 황반에 신생 혈관이 빠르고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물 찌그러져 보이면 즉시 검사

각막이 상해 실명하면 각막 이식으로 눈을 다시 뜰 수 있지만, 망막 질환인 황반변성 때문에 시력을 잃으면 되찾을 수 없다. 따라서 초기에 진단받고 치료받는 것이 관건이다. 조성원 교수는 "습성 황반변성은 1주일 사이에 시력이 1.0에서 0.1로 떨어지기도 할 정도로 진행이 빠르다"며 "노년층이 시력이 갑자기 나빠지면서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시야 가운데가 검게 보이면 즉시 안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는 간단하다. 루센티스라는 주사제를 눈동자 가운데 부분인 유리체에 한 달 간격으로 3~5회 맞으면 신생혈관 형성이 억제되고 이미 자라난 신생혈관도 제거된다. 이 주사를 쓰면 실명까지 이르는 비율이 3분의 1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10명 중 4명 정도는 시력도 개선된다. 점안 마취 후 흰자위에 주사하면 엉덩이 주사보다 덜 아프다.

건성 황반변성은 아직 승인받은 치료법이 없지만, 최근 망막에 쌓인 찌꺼기를 제거하는 레이저가 개발돼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