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내 인생] 교과부 편수국장에서 걷기운동가로 변신한 함수곤(71)씨
입력 : 2011.09.14 23:31
"한반도 둘레길 다 돌면, 일본 영국 미국 가서 또 걸을 것"
교과부에서 20년간 커리큘럼·교과서 개발
2006년 퇴직 후 대한민국 U자 걷기 등 3000㎞ 넘게 주파
동호인 모임 만들어 함께 걷기 운동 나서
뉴스레터 1500호 발간 앞둬
서울 도심이나 지방의 작은 유적지, 또는 해안 도로 어디에선가 노인 수십명이 길게 줄을 맞춰 도로변을 따라 걸어가는 것을 보신 적이 있는지…. 그리고 누군가 하모니카로 동요를 연주하고, 거기에 맞춰 함께 따라 부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본 적이 있다면, 그건 100% 우리 일행일 것이다.
나는 지난 2007년부터 주말마다 코스를 정해 걷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2008년 4월부터는 봄·가을이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경기도 파주 임진각까지 매년 구간을 정해 우리 국토를 'U'자 모양으로 한 바퀴 도는 'U자 걷기'(한반도 둘레길 걷기)도 해오고 있다. '주말 걷기'와 'U자 걷기', 개인 도보 여행 등을 합쳐 지금까지 내가 걸은 길이 3000㎞를 훌쩍 넘었다.
물론 나 혼자 걷는 것은 아니다. '함수곤의 한밤의 사진편지'라는, 내가 운영하는 이메일 뉴스레터 독자들과 함께 걷는다. 2006년 은퇴 직후부터 글과 사진, 음악이 곁들여진 포토 에세이에 '한밤의 사진편지'라는 제목을 붙여 발송했는데 독자가 하나둘 늘기 시작해 '한사모'(한밤의 사진편지를 사랑하는 모임)까지 만들어졌다. 늘그막에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는 나를 보고 아내는 주책이라고 타박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나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엊그저께는 파트리샤 카스의 음악과 사진을 담아 뉴스레터 1458호를 발송했다.
나는 지난 2007년부터 주말마다 코스를 정해 걷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2008년 4월부터는 봄·가을이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경기도 파주 임진각까지 매년 구간을 정해 우리 국토를 'U'자 모양으로 한 바퀴 도는 'U자 걷기'(한반도 둘레길 걷기)도 해오고 있다. '주말 걷기'와 'U자 걷기', 개인 도보 여행 등을 합쳐 지금까지 내가 걸은 길이 3000㎞를 훌쩍 넘었다.
물론 나 혼자 걷는 것은 아니다. '함수곤의 한밤의 사진편지'라는, 내가 운영하는 이메일 뉴스레터 독자들과 함께 걷는다. 2006년 은퇴 직후부터 글과 사진, 음악이 곁들여진 포토 에세이에 '한밤의 사진편지'라는 제목을 붙여 발송했는데 독자가 하나둘 늘기 시작해 '한사모'(한밤의 사진편지를 사랑하는 모임)까지 만들어졌다. 늘그막에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는 나를 보고 아내는 주책이라고 타박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나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엊그저께는 파트리샤 카스의 음악과 사진을 담아 뉴스레터 1458호를 발송했다.
나는 교육공무원 출신이다. 교과부에서 오래 일했고, 은퇴 전 10년은 한국교원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교과부에선 편수국에서만 20년 넘게 일하며 편수국장까지 지냈다. 편수국은 초·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교재를 개발하는 곳이다. 전국 교육청을 다니며 교육과정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점검하는 일도 했다. 학교에 있을 때나 공직에 있을 때나 짜인 시간표대로 살아온 삶이었다. 그래서일까, 은퇴를 앞두고 '이제 내 시간표대로 살리라' 하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은퇴 이후 출강 제의나 전공 서적 집필 제의 등은 모두 사절했다. 그 대신 혼자 한밤중에 글을 쓰고 사진을 모으고 음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한밤의 사진편지'가 탄생했다. 처음 3년간 1000호까지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보냈고, 그 후엔 일주일에 두 편씩 발송했다. 몇 해 전 한 잡지에선 '인기 누리는 뉴스레터' 13편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걷기는 우연히 시작됐다. 은퇴 후 아내와 함께 서울에서 전주까지 걸은 적이 있다. 서울에서 자란 나는 6·25 피란길에 걸어서 전주까지 내려온 이후 죽 전주에 살다가, 문교부(교과부)로 발령이 나면서 30대 후반에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열한 살 때 아버지와 걸었던 240㎞를 다시 걸으면서, 10대 소년의 눈에 담겼던 전쟁의 참상과 헐벗은 강산의 풍경이 되살아났다. 지금의 나보다 젊었던 아버지 손을 잡고 정처 없이 걸어가는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걷기에 대한 애착은 그때 생겼던 것 같다. 우리 산하를 내 눈과 몸으로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다. 당시 집에서 구독하는 조선일보에 매주 걸을 만한 코스를 소개해주는 기사가 연재되고 있었다. 미리 답사를 할 필요도 없이 신문만 오려 들고 나가면 훌륭한 하이킹 코스가 펼쳐졌다. 그렇게 주말마다 아내와 걸었다. 직접 걸으면서 얻는 '건강'과 '배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게 좋았다. 사진편지 독자들에게 소식을 전하면서 사람이 모였다. 아는 분도 오셨고, 모르는 분도 오셨다. 요즘도 주말이면 평균 50~60명이 함께 걷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이메일 뉴스레터 독자들의 얼굴을 '오프라인'으로 직접 보는 일도 즐거웠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걷기 동참자가 지금까지 연인원 10만여명에 달한다.
사람이 모이니 일이 만들어졌다. 걷기에 의미를 부여하자는 차원에서 2008년부터 '한반도 둘레길 걷기'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매년 봄·가을로 일주일씩 한 번에 130~150㎞씩 구간을 정해 걷는데, 현재 전남 영광까지 왔고, 2013년 4월 임진각 입성이 목표다. 주말 걷기를 포함해 이 모든 과정은 소책자와 보고서로 남기고 있다.
우리의 걷기는 그 이후에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60~70대이지만, 일본·영국·미국을 거쳐 전 세계로 '걷기' 영토를 넓혀가는 꿈을 갖고 있다. 또 한사모의 '할미꽃 하모니카 앙상블'은 해외에서 한국 동요·민요를 공연하려고 매주 한 차례 연습을 해오고 있다. 이미 일본 후쿠오카 지역에서 '한·일 공동 주말 걷기' 교류 행사도 가졌다. 의미를 찾고 탐구하는 삶에는 정년도 노년도 없다는 것을 나를 포함한 한사모 회원 모두가 하루하루 확인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은퇴 이후 출강 제의나 전공 서적 집필 제의 등은 모두 사절했다. 그 대신 혼자 한밤중에 글을 쓰고 사진을 모으고 음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한밤의 사진편지'가 탄생했다. 처음 3년간 1000호까지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보냈고, 그 후엔 일주일에 두 편씩 발송했다. 몇 해 전 한 잡지에선 '인기 누리는 뉴스레터' 13편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걷기는 우연히 시작됐다. 은퇴 후 아내와 함께 서울에서 전주까지 걸은 적이 있다. 서울에서 자란 나는 6·25 피란길에 걸어서 전주까지 내려온 이후 죽 전주에 살다가, 문교부(교과부)로 발령이 나면서 30대 후반에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열한 살 때 아버지와 걸었던 240㎞를 다시 걸으면서, 10대 소년의 눈에 담겼던 전쟁의 참상과 헐벗은 강산의 풍경이 되살아났다. 지금의 나보다 젊었던 아버지 손을 잡고 정처 없이 걸어가는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걷기에 대한 애착은 그때 생겼던 것 같다. 우리 산하를 내 눈과 몸으로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다. 당시 집에서 구독하는 조선일보에 매주 걸을 만한 코스를 소개해주는 기사가 연재되고 있었다. 미리 답사를 할 필요도 없이 신문만 오려 들고 나가면 훌륭한 하이킹 코스가 펼쳐졌다. 그렇게 주말마다 아내와 걸었다. 직접 걸으면서 얻는 '건강'과 '배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게 좋았다. 사진편지 독자들에게 소식을 전하면서 사람이 모였다. 아는 분도 오셨고, 모르는 분도 오셨다. 요즘도 주말이면 평균 50~60명이 함께 걷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이메일 뉴스레터 독자들의 얼굴을 '오프라인'으로 직접 보는 일도 즐거웠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걷기 동참자가 지금까지 연인원 10만여명에 달한다.
사람이 모이니 일이 만들어졌다. 걷기에 의미를 부여하자는 차원에서 2008년부터 '한반도 둘레길 걷기'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매년 봄·가을로 일주일씩 한 번에 130~150㎞씩 구간을 정해 걷는데, 현재 전남 영광까지 왔고, 2013년 4월 임진각 입성이 목표다. 주말 걷기를 포함해 이 모든 과정은 소책자와 보고서로 남기고 있다.
우리의 걷기는 그 이후에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60~70대이지만, 일본·영국·미국을 거쳐 전 세계로 '걷기' 영토를 넓혀가는 꿈을 갖고 있다. 또 한사모의 '할미꽃 하모니카 앙상블'은 해외에서 한국 동요·민요를 공연하려고 매주 한 차례 연습을 해오고 있다. 이미 일본 후쿠오카 지역에서 '한·일 공동 주말 걷기' 교류 행사도 가졌다. 의미를 찾고 탐구하는 삶에는 정년도 노년도 없다는 것을 나를 포함한 한사모 회원 모두가 하루하루 확인하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