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센터여행계획 공모전수상자 여행기] 수공예 쇼핑·전통음식 만들기… 내가 디자인한 동남아 여행

한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 만든 국제기구 '한-아세안센터'는 해마다'아세안 여행계획 공모전'을 연다. 수상자들에겐 자신이 짠 계획대로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올해 대륙부문에서 뽑혀 '태국 방콕-치앙마이-라오스 루앙프라방-비엔티안'을 여행한 세 명의 수상자들이 소감을 보내왔다. 싱가포르와 필리핀 세부를 다녀온 해양부문 수상자들이 꼽은 여행 필수코스도 함께 소개한다.

라오스 전통문양·색채 담은 '명품' 발견하다 김소희(24·중앙대 디자인학부 졸업)

쇼핑은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누구에겐 값싸게 명품을 사기 위한 해외여행이 인기라 하지만, 현지인의 삶이 배어 있는 독특한 물건을 사는 것이 나에게는 ‘명품 쇼핑’이다.

태국의 고산족(高山族)인 카렌족은 생계수단으로 공예품을 만들어 판다. 그들은 목에 기다란 링을 찬 채 스카프를 짜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전통 무늬에 현대적 요소를 더한 감각은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을 연상케 했다. 한국의 멋쟁이 친구에게 선물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스카프를 우리 돈 3000원에 살 수 있었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시사방봉 거리. 해가 기울면 낮 동안 집에서 정성껏 만든 물건들이 여행객 앞에 펼쳐진다. 대부분 라오스 전통의 문양과 색채를 강하게 담고 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현대적 감각을 발견할 수 있다. 노인의 노하우와 섬세함이, 젊은 부녀의 생생한 색감과 발랄한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조화를 이룬다.

명품을 찾으려면 걸음이 느려야 한다. 뚜벅뚜벅 지나치면 모든 물건이 똑같게만 보인다. 좌판 앞에 쪼그려 앉아 물건을 가만히 들여다봐야 그 섬세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야시장 속으로 깊이 걸어 들어가면 갈수록 다른 재질과 디자인의 수공예품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들의 개성에 심취하다 보니 어느새 두 손엔 비닐봉지가 가득하다.

바나나 잎에 그린 그림 임지혜(23·이화여대 조형예술학부 석사과정)

동양화를 전공하는 나는 미술 교과서에 불만이 많다. 우리나라 미술보다는 서양 미술이 주를 이루고, 동남아 미술은 거의 찾아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에 가면 루브르나 오르세 같은 유명한 갤러리에 들르는 것이 필수처럼 여겨지는데, 관광이 발달한 동남아에선 왜 갤러리 관광 코스를 찾아볼 수 없을까. 그래서 동남아 예술투어를 기획해보았다. 첫 코스는 태국 방콕 씨암역에 위치한 ‘방콕문화예술센터’. 이들 작품에는 그들의 삶이 녹아 있었다. 바나나잎을 말려 그 위에 색을 칠하고 캔버스 천 대신 나무를 엮어 만든 화판에 그림을 그렸다. 동남아 미술은 서양보다 테크닉이 뒤떨어지고 모방한 듯한 작품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편견에 불과했다.

시내 한복판에서 열리는 야시장은 마치 거리에서 열리는 아트페어 같았다. 어린 아이부터 거동이 힘든 노인까지 집에서 만든 수공예품을 들고 나와 판다. 좌판 하나하나가 벽이 없는 갤러리인 셈이다. 큐레이터이자 작가가 된 가게 주인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랑을 한껏 늘어놓는다. 자수 수업을 들었던 나는 작업과정의 고통을 잘 알기 때문에 작품값을 깎는 게 고역이었다. 결국 ‘공산품은 깎고 수공예품은 깎지 말자’는 기준을 정하고 상인들이 부르는 대로 선뜻 값을 쳐줬다.

한 지역을 가장 짧은 시간에 알 수 있는 방법은 예술작품을 관람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 장의 그림 속에는 그 지역의 역사, 문화, 정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태국요리·마사지·염색 배우기 권아람(23·성균관대 철학과 4학년)

5년 전 처음 만났던 태국은 설렘 그 자체였다. 이해할 수 없는 꼬불꼬불한 글자,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던 사람들, 한 번도 맛본 적 없었던 새로운 음식까지. 그 후에도 라오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를 활보하며 동남아의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던 내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 여행은 ‘체험’을 모토로 삼았다. ‘왓포(WAT PO)’는 방콕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유명하지만 전통 타이마사지 스쿨로도 명성이 높다. 마사지 스쿨은 타이마사지를 비롯해 오일, 발마사지 등 다양한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마사지 기술은 물론 마사지사가 갖춰야 할 자세까지 체계적으로 가르친다. 5일간 타이마사지(30시간)를 배우는 데 8500바트(약 30만원).(www.watpomassage.com)

치앙마이에선 태국 음식 조리법을 전수받는 쿠킹 클래스에 도전했다. 라차담넌 거리에는 여러 개의 쿠킹 스쿨이 있다. 그 중 한 곳을 골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되는 수업에 참여했다. 큰불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같이 음식을 만들고 나눠 먹다 보니 짧은 시간, 소박한 영어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정답게 느껴졌다. (www.visitthailand.or.kr)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선 현지 문화를 대표하는 라오 실크를 만났다. 먼저 인디고, 티크, 레몬그라스 등 다양한 재료의 잎과 줄기를 돌절구에 빻아 천연염료를 만든다. 마음에 드는 색깔로 직접 염색한 자신만의 스카프를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다. 수도 비엔티안에 있는 ‘라오 텍스타일 박물관’에서도 실크 워크숍, 천연 염색 및 라오스 전통 쿠킹 클래스를 체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