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령화 넘어서는 지름길, '연금운동'

추석이 지나고 정기국회가 본격화하면서 기초노령연금 제도의 개편 방안이 여야 간 정쟁(政爭)의 중심에 서게 될 것 같다. 이는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로 등장한 복지 논쟁의 현안으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개표 불가(不可)'라는 사건의 연속선상에 있다.

기초노령연금은 현재 월소득 하위 70%의 65세 이상 노인에게 국민연금 가입자 월평균 소득의 5%를 지급하고 있으며 2028년까지 점차적으로 국민연금 가입자 월평균 소득의 10%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이 경우 지급액과 함께 고령인구의 증가로 지급대상도 크게 늘어서 필요한 예산은 현재 연간 3조7000억원에서 26조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그래서 정부나 여당은 재정안정을 위하여 노인수급률을 낮추면서 수급자 수의 증가를 억제하려고 한다. 이에 대하여 야당들은 노후생활 안정을 위하여 수급률을 더 높이면서, 급여율도 인상하자고 한다. 여야 모두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500만명에 이르는 '노인표(票)'를 의식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파탄이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의 부담에서 야기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재정이 아직 건전해 보이는 것은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에 대한 부담이 이들 국가에 비하여 낮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노후준비를 충분히 못한 빈곤노인의 비율이 45%로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다. 따라서 기초연금은 예산 능력의 범위 내에서 노인들의 경제적 형편에 따라 부족한 생계를 보충하는 제도로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하여는 고령화가 국가재정에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민간부문의 범사회적인 '연금(年金)운동'을 전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국민 개개인이 법정퇴직금을 연금화함으로써 스스로의 노후보장을 준비해야 한다. 작년 말부터 법정퇴직연금이 1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들에게도 적용되게 되었다. 이제는 법정퇴직금이 1년 미만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근본조치도 될 것이다.

다음으로 연금운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퇴직연금에 조기 가입하면 수수료나 보험료를 할인해 주도록 유인해야 한다. 이는 복리상품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1원을 5%의 금리로 30년을 운용하면 4.32원이 되지만 31년을 운용하면 4.53원으로 원금의 21%를 수익으로 더 얻을 수 있다. 개인들이 일찍 저축을 시작하여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면 그만큼 국가재정의 부담이 줄어든다.

또한 고령자들의 경제활동기간을 늘려서 개인의 연금저축기간을 늘려야 한다. 고령자들이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도록 정년을 보장하고 또 연장해야 한다. 고령자들의 은퇴연령을 늦추는 것은 고령자들이 국가경제에 더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고, 이들이 '소비적 자원'에서 '생산적 자원'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국민연금 재정의 건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나아가 연금 지급시기를 늦춰 국민연금 재정을 안정화하는 첩경이 된다. 아울러 이들이 사회활동을 더 오래 하게 되면 건강보험의 지출도 줄어들게 된다.

'연금운동'은 이처럼 고령화를 극복하면서 확실하게 선진화된 복지사회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고, 정부가 최우선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