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구조조정·경기부양에 경기민감株 '화색'

지난 8월 미국 고용과 소매 판매가 전혀 늘어나지 않으며 '더블딥' 우려까지 나오고 있지만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반도체와 철강금속, 일명 경기 민감주가 강세를 보이는 기(奇)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5.6% 하락하는 사이 IT(전기전자)는 0.2% 상승했고 철강금속은 보합세를 보였다. 미국과 재정위기를 겪는 유럽 등 선진국 경기가 후퇴할 수 있다는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지만 이들 업종은 전체 주식시장을 앞지르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불황시 업계 구조조정… 선두 기업에 이익"

15일 하이닉스는 6.3% 상승하며 2만1100원을 회복했고, 삼성전자는 2.3% 상승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하이닉스는 1만5000원까지 주저앉으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경쟁 업체인 대만 반도체사(社) 난야가 감산(減産)에 나선다는 소식에 반등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시장에서도 약육강식의 법칙이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에 국내 반도체 기업이 강세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속된 반도체시장의 불황으로 경쟁력이 낮은 업체가 구조조정을 시작했고, 이로써 반도체 과잉 공급 상태가 해결되면 하이닉스·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의 수익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D램시장에서 사상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이닉스가 그 뒤를 따랐다.

세계 경기가 부진하지만 바닥을 친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도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가 흐름을 나타내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8월 19일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후 최근 15% 상승했다.

곤두박질쳤던 D램 가격도 다소 안정되는 모습이다. 교보증권의 구자우 연구원은 "D램 고정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낙폭은 축소되고 있다"며 "D램 가격이 바닥권은 지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침체 극복하기 위한 '정책효과' 기대

또 다른 경기 민감주 철강금속주는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형 철강금속 종목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이달 들어 소폭 상승했다. 코스피지수가 5% 넘게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각국이 인프라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철강금속주에 호재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가장 쉬운 경기부양책이 인프라에 투자해 고용과 소비를 촉진하는 것인데, 철강금속업종이 여기에 먼저 수혜를 입는다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의 한범호 연구원은 "물가 상승이 진정된 중국이 다시 경제 성장 기조로 돌아서면 인프라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에 관련주가 강세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경기 둔화에 신음하는 미국에서도 인프라 건설과 관련된 투자 계획이 나왔다. 이달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학교·도로·교량 등 공공 인프라시설 건설 프로젝트를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여기에 중국 최대 철강업체인 바오스틸(Baosteel)이 10월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우리투자증권의 이창목 리서치센터장은 "바오스틸은 하반기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반영해 가격을 인상한 것"이라며 "하반기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 철강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