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어지러운 증시, 대타는 E삼형제

"요즘 코스피지수 아이큐(IQ)가 1000이랍니다. 도대체가 사람 머리로는 예측이 불가능하니까요."(송기종 한국투자증권 합정점 차장)

주식시장이 심하게 요동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식에 투자하자니 너무 위험한 것 같고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있자니 물가가 너무 올라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것 같아 불안해서다. 과연 이런 시기엔 투자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까. 전문가들은 요즘 같은 주가 급등락기엔 '순수 주식'이 아니라 주식과 연관된 다양한 파생상품이 유용한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자산 관리의 새로운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 상장지수펀드(ETF), 주가지수연동예금(ELD) 등 'E삼형제'를 분석해봤다.

◆종목 투자 위험 줄인 ETF 인기

개별 종목 주가가 요동치면서 지수나 업종, 원자재, 채권, 통화 등에 간접 투자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ETF 몸값이 치솟고 있다. ETF는 특정 지수나 가격과 수익률이 연동되는 지수형 펀드로, 거래소에 개별 종목처럼 상장돼 있어 주식을 사는 것처럼 구매할 수 있다. 일반 펀드와 달리 환매 수수료가 없고, 증권 거래 수수료만 내면 돼 비용 부담이 적다. 최근 인기 있는 유형은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레버리지ETF가 꼽히는데, 코스피200지수가 오른 만큼의 두 배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지수 하락 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인버스 ETF도 역시 인기다. 최근 값이 치솟은 금이나 농산물에 투자하고 싶을 때도 ETF를 활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ETF 투자 방식은 적립식으로 상승세에 베팅하라는 것이다.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전문 지식이 없는 개미들이 레버리지나 인버스로 단기 투자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며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를 주가가 많이 빠졌다 싶을 때마다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하면 적어도 2년 후에는 큰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 많이 빠져 부담 줄었다

ELS는 특정 지수나 종목의 주가가 일정한 범위를 이탈하지 않으면 고수익을 주는 파생상품이다. ELS는 주로 주가 상승기에 안심하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요즘처럼 주가가 많이 빠져 있고, 변동성이 클 때가 가입 적기라고 말한다. 주가 변동성이 클수록 수익을 더 많이 낼 수 있게 설계되기 때문이다. 최근엔 기대 수익률이 한층 높아진 ELS가 많이 발행되고 있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코스피200과 홍콩 HSCEI지수를 기준으로 하는 '지수형 스텝다운 방식'의 ELS가 꼽힌다. 두 지수가 가입 시점의 40% 미만으로 내려가지만 않으면 만기 때 연 10%대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만기는 대체로 3년이고, 6개월마다 조기 상환 기회가 주어진다. 가입 6개월 뒤 두 지수가 가입 당시의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면 6개월에 해당하는 수익을 지급한다. 단 대부분 원금 손실 한계선(낙 인 배리어·knock in barrier)을 40~50%대로 설정하고 있어 가입 기간 원금 손실 한계선을 넘어서는지 아닌지 체크해야 한다. 박현웅 대우증권 파생상품영업부 대리"지수형 ELS는 원금 손실 한계선까지 간 상품 없이 대부분 조기 상환되고 있어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원금 보장되는 ELD

은행에서 파는 ELD는 ELS와 비슷하지만 원금이 보장되고 만기(보통 1년) 후 주가 흐름에 따라 고수익을 얻는 상품이다. ELD는 원금 대부분은 정기예금이나 채권에 넣고 자산 일부를 파생상품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낸다. 가령 고객이 1억원을 맡기면 은행은 9500만원을 예금으로 두거나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해 1년간 원금을 확보해 둔다. 나머지 500만원으로 코스피200지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해 총 수익을 올리게 된다. 잘만 활용하면 은행 정기예금에 비해 이자를 2배로 얻을 수 있어 보수적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중도해지 시 비싼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형일 하나은행 본부장은 "주가가 하락할 경우엔 원금만 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