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연주회 끝난 뒤 주민과 꼭 막걸리 한잔…"

배우 윤정희가 영화 '화려한 외출'(1977) 촬영차 욕지도에 갔을 때, 결혼 1년차 신랑 백건우도 따라갔다. 1주일간 섬 이곳저곳을 그냥 돌아다녔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매혹적인 섬이었다"고 그는 욕지도를 기억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65)가 연평도(17일 오후 6시 30분, 연평도 조기 역사관), 위도(21일 오후 6시 30분, 위도 해수욕장), 욕지도(24일 오후 6시, 도동항)에서 무료 콘서트를 연다.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그는 "섬마을은 클래식 공연을 보기 힘들잖아요. 비싼 돈 들여 바다를 건너야 되고…"하며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프랑스에 있는 연습실 벽에 대형 대한민국 지도를 붙여놓고 섬마다 동그라미를 쳐놓았다"는 그는 "6·25 때 피란 간 부산에서 본 섬 풍경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어머니 얼굴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마음, 나의 언어인 음악으로 또 하나의 고향인 바닷가 주민과 사는 얘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인 셈이죠."

섬에는 대기실도 음향 시설도 없다. 연주자는 한 평 간이 천막에서 숨을 돌리고, 관객은 방석에 앉아 감상한다. 협찬 받은 1억2000만원짜리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가져간다. 백건우는 "피아노와 객석 거리가 1m에 불과하다"면서 "좌석 번호도 없으니 어디든 앉아 피아노 선율을 들으며 생업에 지친 심신을 녹이고 달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백건우는 1990년대부터 세계 야외 무대를 고루 경험했다. "26년째 지방 연주를 다니면서 늘 깨닫는 것이 어느 음악회든 자연과 음악이 함께한다면 연주자와 청중은 한마음이 될 수 있고, 서로 감동을 준다는 거예요. 연주 끝난 뒤 주민들과 막걸리 한잔 꼭 나누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