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영업정지] 또 노인들… '5천만원 초과' 44%가 60代 이상

"집에서 TV 보다가 저축은행 이름 듣고 놀라서 뛰쳐나왔어요."

18일 일요일 오후 4시. 경기도 성남시 토마토저축은행 본점 앞에 영업정지 소식을 전해들은 200여명의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영업일이 아닌데도 몰려든 고객들을 막기 위해 토마토저축은행 측은 입구의 셔터를 내리고 경비원을 세워야 했다.

토마토저축은행에 1억원 넘게 예금했다는 한 고객은 "시중은행이 예금금리를 2.8%밖에 안주는데 이곳은 연 6%나 준다고 해서 내 돈뿐 아니라 부모님 돈까지 넣었다"고 말했다.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로 '학습 효과'가 있었을 법도 한데, 이번에도 이 고객처럼 정보에 어두워 피땀 흘려 모은 돈을 떼일 처지에 놓인 피해자가 3만명을 넘겼다.

저축은행 피해자들 사이에선 부실 저축은행들이 영업정지 직전까지 이를 숨겨 피해를 봤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 직원들도 은행의 부실 상태를 잘 몰랐던 점,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당시 은행이 VIP 고객에게만 미리 예금 인출을 안내했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점 등을 감안하면, 저축은행들로서도 '처신'이 곤란했던 점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 고객 3만3000명

18일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 중 개인 피해자는 총 3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우선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5000만원 이상 예금자는 총 2만5766명, 5000만원 초과 예금액은 1560억원이다. 이 중 개인 고객은 2만5535명으로 예금 총액은 1433억원이다. 이는 올해 2월 영업정지를 당한 부산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자가 2만7000명, 초과 예금액 1750억원으로 1인당 약 640만원이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조금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나마 프라임저축은행 등 일부 저축은행에서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져 예금 잔액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후순위채에 투자했던 피해자는 총 7571명, 피해 금액이 2232억원에 달한다. 이 중 개인 투자자는 7501명, 이들의 투자 금액은 2082억원이다. 한 사람당 2700만원씩 손실을 본 셈인데, 5000만원 초과 예금과 달리 후순위채 투자 금액은 전액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3개월 넘게 금융 당국의 공개적인 저축은행 경영 진단과 평가가 이어졌음에도 2월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와 비교해 피해 규모가 크게 줄지 않은 것은 5000만원 초과 예금자의 절반 가까이(43.8%)가 60세가 넘는 노령층으로 정보에 어둡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업정지 은행들 "문제 없다"

영업정지를 받은 저축은행 중엔 영업정지 사태를 걱정해 미리 돈을 빼려던 고객들에게 "우리는 아무 문제 없다"면서 적극적으로 예금 인출을 만류한 곳이 적지 않았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에이스저축은행 영업점에는 금융위원회 발표 1시간 만에 고객 30여명이 몰려들어 극렬하게 항의했다. 이 은행 고객 김모(65)씨는 "예금이 5000만원을 넘는다"며 "지난주 금요일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여부를 물었더니 우리는 대형 저축은행에 속하고 큰 문제가 없으니 걱정 마시라고 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런 행태는 업계 3위 대형 저축은행인 제일저축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제일저축은행 측은 9월 초순까지도 예금자들이 전화해서 예금을 해약하려고 하면 "소형 저축은행이 퇴출 대상이지 우리는 절대 아니다"면서 해약을 만류해 왔다.

업계 2위 저축은행이면서 퇴출 대상이 된 토마토저축은행의 행태는 더 기막혔다. 이 저축은행은 지난주 금요일까지만 하더라도 "BIS 자기자본비율이 8%"라는 허위 광고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