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주 펀드, 급락장에 최저 수익률 굴욕

◆지배구조 이슈 의견 분분

삼성그룹주 펀드에 대한 전문가들의 향후 전망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삼성그룹의 주력 업종이 수출업인 반도체인데, 최근에 미국과 유럽 등이 경기가 안 좋은 상태라 이 국가들 경기가 호전돼야 그룹주 펀드 수익률도 좋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지배구조 변수도 펀드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변화와 함께 바이오, 헬스 케어 등 사업 다각화를 준비 중인데 이들이 얼마만큼 빠르게 안정되느냐에 따라 펀드 수익률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가격이 현재 워낙 떨어져 있어 업황 전망을 긍정적으로 할 수가 없다"며 "다만 삼성SDS와 같은 비상장사의 상장 이야기가 나오게 되면 그룹주 전체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져 펀드 수익률이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경 방식에 따라 일부 종목은 지분 교환에 따른 과세 같은 새로운 비용 문제가 부각될 수 있는 만큼 펀드의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룹주 펀드는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히트 친 특수한 펀드다.

보통 펀드는 분산 투자를 가장 큰 이점으로 꼽는데, 그룹주 펀드는 단일 기업집단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특성 때문에 정통 펀드와는 차이가 있다. 몇몇 대기업 계열사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특정 그룹이 다양한 업종에 진출한 한국의 독특한 기업 문화 덕분에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이 가능했다.

이 같은 독특한 운용 방식은 시기별로 편입한 그룹사의 이슈와 업종 시황에 따라 장점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최근 국내 그룹주 펀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그룹주 펀드에서는 이런 특징이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급락장에 맥 못 춘 삼성그룹주 펀드

18일 에프앤가이드에 요청해 조사한 결과 삼성그룹주 펀드는 연초 이후 평균 -22.0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14.19%, 코스피지수 하락률 -10.28%와 비교해보면 매우 저조한 성적이다. 반면 삼성그룹주 펀드를 제외한 기타 그룹주 펀드의 수익률은 -9.56%로 삼성그룹주 펀드보다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

개별 펀드 중에서는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1'과 '동양모아드림삼성그룹증권투자신탁1(주식)C'가 각각 -23.05%, -23.04%로 가장 수익률이 낮은 펀드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수익률이 나은 펀드는 '한국투자삼성그룹리딩플러스증권투자신탁1(주식)'이 -17.39%를 기록했지만,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에는 미치지 못했다.

◆차·화·정 득세에 삼성그룹주 펀드 소외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삼성그룹주 펀드는 삼성전자의 신고가 경신과 함께 수익률 상위 펀드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상황은 곧바로 역전됐다. 올 초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주)으로 불리는 업종이 증시 상승을 주도하면서, 삼성그룹주가 이례적으로 소외를 받았기 때문이다. 현대차, LG, GS, SK그룹주는 차화정 종목 상승에 따른 혜택을 입었다.

백재열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팀장은 "현대차와 LG, SK그룹은 차·화·정 종목이 주력 사업이기 때문에 증시 상승에 따른 수혜가 있었으나, 삼성그룹주는 관련 종목이 없어서 수익률이 저조했다"고 말했다.

펀드 자산에서 1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부진도 수익률 급락의 주요인이다. 삼성전자가 D램 가격 하락으로 지난 8월 한 달간 주가가 13%가량 급락한 것이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여기에 유로존 재정 위기 우려로 삼성증권과, 삼성카드, 삼성생명 등 금융주가 약세를 보인 것도 부담을 더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펀드연구원은 "삼성그룹주 펀드가 출범 직후부터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좋았으나, 근래 들어 안 좋아지기 시작한 건 IT 업종과 금융 업종 성과가 저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