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비친 ‘모던 조선’] [61] '붓설로 그릴 수 없는' 음탕한 살인귀 행각에 경악!

1937년 4월 13일, 조선일보는 사이비 종교 집단의 '범죄 사상 공전의 참기록(慘記錄)'을 전하기 위해 4면짜리 호외를 발행했다. 제목부터 끔찍했다. '흉포(兇暴)의 극(極)-참학(慘虐)의 절(絶)-마도(魔道) 백백교(白白敎) 죄상'이었다. 확인된 살해자만 158명, 추정 피살자는 400여명에 달했다. 경기도의 한 금광이 '도인장(屠人場)'처럼, 무차별 살인에 이용됐다. 경성 한복판에서도 살인한 뒤 "사체를 자전거에 싣고 네온사인이 불야성을 이룬 종로 대로를 유유히 거쳐, 한강철교까지 나가 철교 위에서 물에 던져버렸다"고 했다. '이십세기 법치국가의 면목을 무시해 버린 잔인무쌍한' 희대의 살인 행각에 온 나라가 경악했다.

일제 치하에서 "단군을 경봉하는 대종교, 공자를 존숭하는 태극교, 석가를 모시는 임제종, 천주를 신앙하는 기독교, 동학을 성명하는 천도교, 시천교, 기타 신흥 발현한 청림교, 백백교, 제우교, 제세교, 삼성무극교, 태을교 등 지불승굴(指不勝屈·너무 많아 다 손꼽아 셀 수 없는 지경)"일 정도로 많은 '종교'가 극성을 부렸다. 특히 미신에 가까운 신흥 사이비 종교들의 '권리 경쟁과 세력 확장의 몽상에 빠져, 염불에는 무심하고 잿밥에만 빠진' 폐해가 극심했다.(1920년 7월 2일자)

백백교는 그 폐해의 결정판이었다. 호외는 '세계 범죄사상 유닠(unique)한 존재가 된 살인귀' 전용해(全龍海)를 낱낱이 해부, '음학무쌍 변질한(淫虐無雙 變質漢)'으로 "밤낮을 불구하고 주색이 일이요, 애첩들로 육병풍(肉屛風) 생활"을 해 왔다며 '붓설로 일일이 그릴 수 없는' 음탕한 정체를 낱낱이 폭로했다.

또 "동학교의 방계로 전정운(全庭云)에 의해 창시된 백도교(白道敎)는 교주가 죽자 아들 3형제 사이에 골육상쟁이 벌어져, 둘째 전룡해는 백도교를 이은 백백교주, 형 용주(龍珠)는 인천교(人天敎)주, 동생 용범(龍範)은 도화교(桃花敎)주로 분화, 사부자(四父子) 모두 교주가 됐다"며 백백교의 연원을 파헤쳤다. 조선일보는 이 같은 사이비 종교의 횡행은 국민의 무지몽매에 있다고 보고, '곡학아세의 극, 미신종교를 박멸하라'는 사설을 통해 문맹 퇴치와 교육의 확대를 주장했다.(1937년 4월 14일자)

이후 '살인마교, 백백교 여담' 시리즈를 필두로(1937년 4월 17~23일자), 전국의 현장 검증과 시신 발굴 상황, 재판 과정 등 관련 기사가 조선일보 폐간 때까지 근 13년 동안 끊이지 않고 등장했다. 체포 3년 만에 사건 관련자 12명에게는 사형이 선고됐다.(1940년 4월 6일자)

사실, 백백교의 범죄는 대(代)를 이은 것이었다. 이미 7년 전 백백교의 원조 전정운이 첩 60명을 거느리고 갖은 향락을 일삼다, 뜻을 거스른 3명을 생매장하거나 목 졸라 죽였기 때문이다.(1930년 7월 19,21일자) 그 후 지하로 숨어든 백백교는 아들이 교주로 등극, "교를 믿으면 신선이 되고, 헌금에 따라 군수도 경찰서장도 된다"며 혹세무민, 희대의 범죄 행각을 벌인 것이다. 백백교는 영화와 소설, 한여름 납량물의 단골 소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