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커로 부활한 윤시내 "동방신기와 겨루고 싶어"

지난달 윤시내가 록 밴드 부활의 객원 보컬이자 첫 여성 보컬로 디지털 싱글 '이별에서 영원으로'를 선보이자 반응은 연령대별로 제각각이었다.

젊은이들은 굵직하면서도 고혹적인 목소리로 무대를 장악한 여성 로커의 등장에 열광했고, 중·장년층은 1980년대 가요계의 지존으로 군림하던 디바의 컴백에 환호했다. '로커로 돌아온 디바' 윤시내를 16일 그가 운영하는 미사리(경기도 하남시 신장동)의 음악카페에서 만났다.

서울 명동 오비스캐빈과 미8군 클럽에서 가수 생활을 시작해 '열애' 'DJ에게' '그대에게서 벗어나고파' 등을 줄줄이 히트시키고 연말 가수상을 휩쓸며 80년대를 보낸 뒤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윤시내. 그의 첫 마디는 "20년 만에 전성기가 돌아온 것 같다. 더 이상 숨지 않겠다"였다.

―부활 최초의 여성 보컬,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컴백이다.

"원래 부활 팬이었고, 김태원씨 노래를 좋아했다. 지난봄 열린음악회에 같이 출연하며 태원씨를 알게 됐는데, 내가 먼저 곡을 부탁했다. 그러다가 몇 달 뒤 연락이 왔다. 노래를 만들었는데, 보컬로 참여해달라고. 기뻤다. 나도 솔로 데뷔 전 그룹 '사계절'의 보컬이었기 때문에 밴드에 대한 향수가 있다."

―'이별에서 영원으로'는 사랑하고 이별하던 순간을 잔잔하게 돌아보는 애잔한 록 발라드다. 워낙 열정적으로 부르다 보니 '본인 얘기인가' 싶을 정도다.

"대중가요가 원래 가수들 자기네 인생 얘기 같다.(웃음) 발라드·트로트·블루스 등을 골고루 불렀지만 록은 처음이다. 부를수록 내 노래라는 생각이 들고, 노래에 중독되는 것 같다. 하지만 확실히 해둘 게 있다. 윤시내 노래가 아닌 부활의 노래라는 것."

―90년대 이후 사실상 공백기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하면서 가요계가 크게 변했다. 자연스럽게 활동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음악을 멈춘 건 아니다. 97년 지금 이 카페를 열었고, 간간이 앨범도 냈고, 드물게 방송에도 나갔다. 하지만 의욕도 애착도 없었다. 2000년대 초반 '7080 열풍'이 몰아닥쳤을 때도 방송·공연 요청이 몰렸지만 대부분 뿌리쳤다. 새로운 노래들을 선보이고 싶었는데, 자꾸 옛날 노래만 부르라고 해 힘이 빠졌다. 그러다 '이별에서 영원으로'를 만났고, 의욕이 솟아났다. 이런 기분 정말 오랜만이다."

―입과 마이크의 거리를 상당히 둔 채 폭발적으로 터뜨리는 창법, 그리고 열창에 곁들인 강렬한 몸짓은 80년대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터뜨리는 창법은 내 음악의 롤 모델인 미국 록 여가수 재니스 조플린의 영향을 받았다. 몸짓은 미8군 시절 팝 스타들의 공연 실황을 보면서 따라 하다가 몸에 밴 것이다. 노래 부르면서 내 안의 감정을 응축시켰다 폭발시키는 창법이 편하다."

―평소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고 사생활도 알려진 게 없어 '은둔의 스타'로 알려졌다. '인간 윤시내'의 삶은 어떤가.

"단순하다. 어렸을 때는 활발했지만 사춘기를 겪으며 성격이 소심해졌고, 대중 앞에 서는 게 공포였다. 지금도 무대 울렁증을 극복하지 못해 노래만 하려고 한다. 이런 약점이 있지만 선천적으로 받은 목소리가 있었고, 어렸을 때부터 꿈은 가수였다.

지금 함께 사는 유일한 식구는 강아지뿐이다. 한창때 방송에 쏟던 열정은 카페 생활에 쏟는다. 음악 하느라 결혼도 안 한 셈이지만, 굳이 할 생각은 없다. 누군가 명언을 했다. 여자 연예인들이 남자를 사귀려면 모든 것을 이해하고 헌신적으로 도와줄 '아내 같은 남자'가 제격이라고. 그런데 어디 그런 남자가 있겠나.(웃음)"

―'아이돌 시대'다. 경쟁할 자신이 있는지.

"요즘 아이돌과 젊은 뮤지션들이 하는 음악은 그전부터 내가 해오고 싶던 음악이다. 그중에서도 펑크록! 다음 정규 앨범에선 펑크록을 제대로 하고 싶다. 활동은 뜸했지만 가요계 흐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꼼꼼히 체크했다. 동방신기, 신화, 비… 정말 실력 있는 후배들이 많이 나왔고, 그들과 함께 겨루고 싶다."

―한 시대를 풍미한 '디바'인데 정작 단독 콘서트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많은 곳에서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 지금은 긴 잠에서 깨어나 부활의 보컬로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이다. 가수 윤시내의 본격적인 활동은 앞으로 계속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