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發 태풍 잦아드나 싶더니 저축은행 쓰나미… 금융株, 시련의 계절

은행·보험·증권주 등을 포함하는 금융주는 이른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주)처럼 폭발력은 없지만 주가가 큰 흔들림이 없다는 이유로 보수적인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8월부터 불어닥친 미국과 유럽발 태풍 앞에 요즘 금융주는 바람 잘 날 없는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지난 8월 1일 이후 코스피지수가 16% 하락하는 사이 금융업종 지수는 20% 급락했다. 시가총액으로 따져 금융업의 대장주인 신한지주는 지난 15일 주가 4만원의 벽이 2년여 만에 깨졌다.

◆내우외환에 금융주 첩첩산중

금융주가 처한 현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바깥으로는 8월 이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그리스 디폴트 위기 등 재정위기가 은행 부실이라는 금융위기로 전이될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안으로는 가계부채 증가, 환율 불안, 부동산시장 침체, 저축은행 부실 같은 악재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증권업종은 주가 하락과 투자은행(IB) 도입에 따른 대규모 증자가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업종 주가는 안팎에서 들려오는 뉴스에 급등락을 반복하는 전형적인 냉온탕 장세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지난 14일 프랑스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강등하자 금융업지수는 4% 가까이 급락했다가 유럽 은행에 대한 지원책이 발표된 16일 다시 4% 급등했다. 대우증권이 대규모 증자를 발표한 지난 8일 이후 증권사 주가는 닷새간 평균 10% 급락했다. 7대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결정이 내려진 다음 날인 19일에는 퇴출을 면한 서울저축은행이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하는 등 대부분 저축은행주가 하루 15% 이상 오르내리며 요동쳤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불확실성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실적은 좋아져…대외변수는 여전

갈대처럼 흔들리는 금융업종이 그나마 믿을 것은 실적이다. 특히 지난해 부진을 면치 못했던 대형 은행들은 올해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제공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영업이익(개별 실적 기준)은 지난해 842억원에서 올해 3조7710억원으로 4380% 증가하는 것을 비롯, 우리금융·하나금융지주·신한지주 등 4대 시중은행의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2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추정하고 있다. 증권업 역시 한국금융지주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1758억원에서 올해 3484억원으로 102% 증가하는 등 업황이 지난해보다 한결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금융업 주가가 장기적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손준범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저축은행 구조조정 발표를 시발점으로 리스크(위험)가 점차 완화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주가는 점차 실적을 반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남유럽 위기 등 금융주에 영향을 주는 대외변수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교보증권 황석규 애널리스트는 "유럽의 경우 복잡한 이해관계가 엮여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금융주의 등락폭이 확대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