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급하지 않으면 기다려야 당초 이자 모두 받아

"내 예금 전액을 언제 찾을 수 있는지 분명한 답을 주지 않으니 답답해 미치겠어요."

18일 영업정지된 토마토저축은행에 3000만원대 예금을 갖고 있는 황모(57)씨는 답답한 심경이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 전액을 보장받는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은행이 언제 다시 문을 열고, 예금은 언제쯤 전액 찾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황씨처럼 지난 18일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5000만원 이하 예금자들(60만명 추정)은 묶인 예금이 언제 풀릴지 모른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월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 중 중앙부산·부산2·도민저축은행은 반년이 지난 8월 말에야 다시 문을 열었고, 대전·전주·보해저축은행은 9월에 영업을 재개했다. 부산저축은행은 아직도 일부 피해고객들이 점거 농성을 하고 있어 언제 다시 문을 열 수 있을지 예측도 못하고 있다.

◆문제 저축은행들, 3개월 내 다시 문 연다

금융당국은 지난 18일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토마토·제일·제일2·프라임·대영·에이스·파랑새)이 3개월 안에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영업정지 사태 때 구체적인 영업 재개시기를 밝히지 않았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계열사의 영업 재개가 반년 이상 걸리면서 정부가 불신을 받고 국민의 불만이 가중됐다는 것을 감안해 무조건 연내에 다시 문을 열게 한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1월 14일 영업정지된 삼화저축은행은 우리금융지주가 인수한 후 두 달 만인 3월 말 영업을 재개한 적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조기 영업 재개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산에 있는 파랑새저축은행을 제외하고 토마토·제일·제일2·프라임·대영·에이스 등 6곳이 수도권에 있기 때문에 매물로서 가치가 상당하다.

먼저 4대 금융지주 중 KB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가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조건이 맞으면 저축은행 인수에 참여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고, 하나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도 적극적인 편이다. 중앙부산·부산2·도민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했던 키움증권을 비롯해 수신 기반을 확보하려는 증권사들도 호시탐탐 저축은행 인수 기회를 노리고 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대전·전주·보해저축은행 입찰에 참여했지만 예금보험공사가 정한 최저 기준보다 2000억~3000억원 낮은 가격을 써내 유찰시켰다. 당시 금융계에서는 '지방 저축은행에 매력을 못 느낀 금융지주들이 하반기 구조조정 이후 수도권 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오기를 기다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급전 필요하지 않으면 가지급금 받을 필요 없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예금자들은 22일부터 2000만원 한도에서 가지급금을 받을 수 있다. 가지급금 신청은 예보 홈페이지(dinf.kdic.or.kr)나 해당 저축은행 지점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급전이 필요한 경우만 가지급금을 찾아가기를 권유한다. 가지급금은 예금 중도 인출과 마찬가지여서 받아가면 가지급금 액수에 해당하는 이자는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물론 가지급금을 받은 날까지의 이자는 약정했던 이자율을 적용받아 나중에 저축은행 영업이 재개된 이후에 정산해서 받을 수 있다. 예보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영업을 재개시킬 계획이기 때문에 급한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기다려야 당초 기대한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지급금 외에 추가 자금이 더 필요한 경우엔 예금담보대출을 이용하면 된다. 예보가 지정하는 은행을 통해 최대 25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5000만원의 예금을 가진 고객이라면 예금의 95%까지 일단 가용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시중 은행 예금금리 수준의 대출이자는 부담해야 한다.

영업정지 저축은행들의 매각이 실패하더라도 금융당국은 가교(架橋) 저축은행으로 전환시켜 올해 안에 영업을 재개시킬 방침이다. 가교 저축은행이란 예보가 경영하는 임시 저축은행을 말한다. 가교 저축은행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예보가 일단 영업을 하면서 계속 매각을 추진한다는 뜻이다.

영업정지 저축은행이 매각되거나 가교 저축은행이 되면 5000만원 이하 예금자들은 손해를 보지 않는다. 반면 만약 파산 절차를 밟게 되면 5000만원 이하 원금은 보장받지만 이자는 약정한 이자 대신 시중 은행의 평균 예금금리만 받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러나 "이번에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이 파산 처리될 가능성은 매우 적으며, 어떻게든 다시 문을 열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