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조선… 몽골 입양 6·25 고아"

"내 이름은 김조선(金朝鮮)으로 정했습니다. 조선 출신이니까요."

20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인근에서 열리고 있는 6·25전쟁 사진전. 전쟁의 참상, 수많은 전쟁고아 모습이 흑백 사진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저 아이들 중 한 명이 저였을 겁니다." 김조선(여·63·몽골명 삼당 채랭한드·사진)씨는 전쟁고아 5명이 마루에 앉아있는 사진 앞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그는 6·25전쟁 당시 몽골로 입양된 전쟁고아다. 김(金)이라는 성과 북한 평양 출신이라는 것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1948년생인 김씨는 네 살이던 1952년 전쟁고아 200여명과 함께 몽골에 만들어진 고아원으로 이주했다. 대부분은 전쟁이 끝난 뒤 북한으로 돌아갔지만 김씨는 몽골에 남았다. 1956년 몽골인 가정에 입양됐지만, 김씨는 식모처럼 지냈다고 한다. 학교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 다니다 말았다. 몽골인과 외모도 달랐고 몽골말도 잘 못했던 그는 1968년 결혼할 때까지 집안일만 했다. 공군 조종사였던 남편은 2006년 암으로 숨졌다.

60년간 몽골인으로 살아온 김씨는 새마을운동중앙회 용산구지회 회원 20여명의 도움으로 한반도를 다시 찾았다. 2005년 봉사 활동하러 몽골을 방문했던 회원들이 "북한 출신 전쟁고아들이 몽골에 살고있다"는 말을 듣고 몽골 정부에 수소문을 요청, 6년 만인 지난 7월 김씨가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들의 도움으로 김씨는 지난 19일 59년 만에 돌아왔다.

김씨는 "몽골에 온 지 60년이 지나 모국에 대한 기억은 점점 옅어지지만 그리움은 그대로 남았다"며 "한반도 땅을 밟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했다. 60년의 그리움이 한꺼번에 몰려온 탓이다.

오는 28일 출국할 예정인 김씨는 파주 임진각, 남산, 민속촌 등을 견학하고 우리나라의 시골집에서 생활 체험도 할 예정이다. 김씨는 "아들, 딸들에게 엄마가 태어난 나라가 이렇게 발전했다고 자랑하고 싶다"며 "한국이 이렇게 발전해줘서 고맙고, 6·25 전쟁고아를 잊지 않아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