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는] 29개社 요건 갖춰… 올 연말 1호 나올 듯

국내 금융사들이 운용하는 '한국형 헤지펀드'는 언제쯤 출시될까?

헤지펀드 운용 기준이 담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증권업계에서는 이르면 올 연말쯤 한국형 헤지펀드 1호가 선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헤지펀드 운용요건을 충족하는 업체는 증권사 10개，자산운용사 13개，투자자문사 6개 등이다. 한국투신·하나UBS·미래에셋·삼성 등 자산운용사와 우리투자·한국투자·삼성증권 등 웬만한 금융사들은 헤지펀드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 헤지펀드시장이 약 40조원대 이상이 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하지만 헤지펀드 시대가 열린다고 해도 당장은 헤지펀드시장이 활성화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일단 진입 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현재 나와 있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한국형 헤지펀드는 개인 투자자 49인 이하의 사모(私募) 형태에 1인당 투자금액은 5억원 이상으로 제한돼 있다. 헤지펀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꼽히는 불투명성을 완화하기 위해 레버리지 등 각종 보고 의무도 다른 나라보다 훨씬 강화해 놓았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한 펀드에 5억원 이상 투자하려면 자산이 최소 30억원은 있어야 할 텐데, 검증도 안 된 헤지펀드에 돈을 맡길 부자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일반 펀드 중에도 이미 헤지펀드의 특징인 절대수익 추구나 롱숏전략을 활용하는 펀드들이 나와 있는 상황이어서 한국형 헤지펀드만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해외 헤지펀드를 상대로 경쟁할 수 있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헤지펀드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해외 주식에 투자해 수익이 나면 면세가 되는 미국과 달리 자본 이득 관련 세금을 물어야 하는 등 각종 까다로운 규제가 많다"며 "해외 헤지펀드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