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는 장학금

"스승의 뜻을 받들어 이 장학금이 '화수분(물건을 담아두면 아무리 꺼내도 줄어들지 않는 단지)'처럼 이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성균관대 기계공학부에서는 1995년 정년퇴직한 고(故) 최용식<사진> 교수가 남긴 '석천(石泉) 최용식 장학기금'이 16년째 운영되고 있다. 한 학기 500만원씩 지급되는 이 장학금 수혜 학생이 30명이 넘는다.

장학기금은 최 교수가 1995년 퇴직 당시 낸 4000만원, 그리고 2년 뒤 그가 후두암으로 숨진 뒤 유족들이 장례식을 치르고 남은 돈 1000만원을 더해 출발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은행 이자율이 떨어지면서 장학기금의 원금이 줄어들어 고갈 위기에 놓였다. 그러자 장학금을 유지하기 위해 최 교수의 부인 손영희(77)씨가 나섰다. 손씨는 2002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사재 5000만원을 추가로 출연했다.

동문들과 동료 교수들도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았다. 2006년에는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교수 전원이 모은 돈 3000만원을 장학기금에 보탰다. 그리고 2005년부터 올해까지 최 교수의 가르침을 받았던 제자 10여명이 해마다 100만∼5000만원씩 보탠 돈이 현재 총 1억5000만원에 이른다. 이렇게 처음에는 4000만원이던 장학기금이 2억5000만원으로 불어났다.

기계공학부 석창성 교수는 "16년간 장학금이 이어질 수 있던 것은 최 교수님 유지(遺志)를 이어받은 부인과 제자, 동료 교수들의 도움 덕"이라고 했다. 석 교수는 1977년 성균관대 기계공학부에 입학한 뒤 1990년 박사 학위를 받을 때까지 13년간 최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석 교수는 "최 교수님이 검소하게 사시면서 모은 돈을 제자들을 위해 장학기금으로 남긴 것인데 원금이 사라지면 큰일이다 싶어 힘들을 모았다"면서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가 또 기부하면서 기금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