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너무 커졌나… 수익률 고꾸라진 공룡 펀드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 펀드 수익률은 같은 기간 마이너스 18%대를 기록했다. 지난 상반기 최고의 수익률을 유지하자 급속도로 자금이 몰려 순식간에 2조원 턱 밑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자금이 몰린 뒤 수익률은 고꾸라졌다. 이 펀드는 20~30개 대형 주도주에 집중 투자하는 '압축펀드'(보통 펀드보다 투자 종목 수가 적다는 의미)로 주가 상승기에는 성과가 좋았지만, 최근 주요 편입 종목인 OCI 등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그밖에 KB한국대표그룹주 펀드, 한국투자 한국의힘 펀드 등 1조 펀드 10개 중 5개가 올해 국내주식형펀드 평균수익률(-14.2%)을 밑돌았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한 해 수익률이 1등인 펀드가 그 다음해에 또 1등을 한 경우는 역사적으로 없었다"며 "지속적으로 운용을 잘하기가 힘든데다, 펀드 몸집이 너무 커지면 주식을 사거나 팔 때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운용의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익률 꾸준히 좋은 펀드는 없나

1조원 펀드이지만 아직까지 수익률이 괜찮은 펀드들은 대부분 최근에 1조원대를 넘긴 펀드들이다. 지난 8월 1조원을 돌파한 삼성자산운용의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그룹 펀드는 올해 이후 수익률이 2.4%로 1조 펀드 중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을 냈다. 지난 16일 1조원대를 돌파한 KB밸류포커스 펀드도 마이너스 0.3%대로 선방하고 있다.

이 두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각각 15%, 17%대로 수익률이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한 다른 1조 펀드들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3~4년간 꾸준히 좋은 수익을 낸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 펀드도 올 들어 마이너스 6%, 최근 1년 수익률이 6%로 선방하고 있는 편이다.

이들 펀드의 특징은 주도주 중심의 투자에 올인(all-in)하지 않아 최근 주가 하락장에서 방어를 잘했다는 점이다. 삼성자산운용이 2개월 전 코리아대표그룹 펀드에 편입한 종목들은 현대위아, 삼성화재, 금호석유, 제일모직, 삼성엔지니어링, 동부화재, 한국타이어 등 상대적으로 주가 하락폭이 적었던 기업들이다.

KB밸류포커스 펀드는 현대제철, 동원산업, 에스엠, 포스코, CJ제일제당, 세아베스틸, 휠라코리아, SK텔레콤, KT 등을 편입했다. 대부분 주가 하락장에서 빛을 발한 종목들이다. 그러나 이들 펀드가 1조원대를 넘긴 지 얼마 안 돼 앞으로 수익률이 계속 좋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배성진 현대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최근 분석해보니, 펀드 하나가 수익률 상위 40% 내에 4년 연속으로 들어갈 확률은 10%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펀드 투자자라면 대부분 가입해 있는 1조원대 공룡 펀드들의 수익률이 말이 아니다. 특히 한국의 대표 펀드로 자리 잡았던 삼성그룹주 펀드와 연초 이후 1조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빨아들인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 펀드의 수익률이 올해 바닥을 헤매고 있다. 1조원대 펀드 10개 중 5개가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보다 성적이 나빴다. 수익률이 좋으면 투자금이 몰리고 몸집이 커지면 수익률이 악화되는 '1조 펀드 징크스'가 이번에도 작용하는 것일까. 1조원대 펀드들의 성적표를 살펴봤다.

◆잘나간다고 가입했다가 쪽박

올해 들어 9월 15일까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대표 상품 한투삼성그룹주펀드 1·2는 수익률이 마이너스 21%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삼성그룹주 펀드는 2004년 처음 출시 이후 해마다 10%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하는 펀드로 유명했다. 그러나 삼성그룹 관련주 20개에만 쏠림투자를 해야 하는 구조인데다, 올해 삼성전자 주가가 애플이라는 최강 라이벌의 등장으로 크게 하락하면서, 삼성그룹주 펀드도 함께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