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포크페스티벌] 포크의 전설과 신데렐라 만나다 한대수 & 장재인

'포크의 전설' 한대수와 '포크의 신데렐라' 장재인. 파주포크페스티벌의 상징적인 두 인물이 만났다. 1948년생으로 올해 만 63세의 한대수와 1991년생으로 올해 만 20세의 장재인은 마흔세살 차이. 그러나 두사람은 포크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마치 부녀간처럼, 또는 할아버지와 손녀 사이처럼, 친구처럼 시종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한대수는 "나의 마지막 무대가 될지도 모르니 꼭 보러오세요"라며, 장재인은 "파주포크페스티벌에 출연하는 선배 가수 라인업은 전무후무한 것 같다. 나도 관객으로 즐기고 싶다"면서 포크음악을 사랑하는 모든이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한대수와 장재인의 대담은 지난 16일 낮 12시 서울 신촌 아트레온극장 앞 카페에서 이뤄졌다. 한대수는 가까운 곳에 자택이 있고, 늘 4살짜리 딸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이 지역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장재인은 대선배 가수를 만난다고 약속시간 30분 전부터 미리 나와 기다렸다. 어린 후배 앞에서 걸쭉한 말투로 호탕하게 웃어젖히는 한대수와 다소곳이 앉아서 호남 사투리(전남 강진이 고향)가 살짝 섞여 오히려 귀여운 장재인의 만남은 '언밸런스의 밸런스'. 충돌이 없었다. 파주포크페스티벌의 정신인 '사랑과 평화, 자유'가 물씬 느껴졌다. 다음은 대담 내용.

사회자: 두분 처음 만나시는 것은 아니죠?

한: 이소라의 프로포즈에서 만났었지요.

장: 방송프로그램에서도 뵈었고, 그 외에도 두차례 오가면서 뵙고 인사를 드렸어요. 길게 대화를 나누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에요.

사회자: 대선배로서 장재인양을 평가한다면….

한: 곡을 직접 다 쓰는 싱어송라이터이고, 게다가 여성이라는 것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반가왔어요. 옛날 '담다디' 부른 이상은 이후 20년 만에 나온 제대로 된 여성 싱어송라이터 아닌가?

장: 처음 뵀을 때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잘 웃어주셔서 감사했어요. 선생님 노래는 '행복의 나라로' '물좀 주소' 다 좋아하고, 특히 '지렁이'라는 노래는 충격이었어요.(지렁이는 2006년 한대수가 발표한 12집 앨범 수록곡으로 본인의 넋두리 또는 랩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실험적인 곡이다) 두렵다는 느낌마저 들었어요. 인간의 본질적인 것들이 꿈틀거리는 듯한….

한: 마누라가 병원 있을 때 80대 할머니가 혼자 중얼거리는 것 듣고 만든 노래야. 그 자체가 음악이고, 랩이었지. 아방가르드(전위예술)라고나 할까.

장: 어릴 때 밥 딜런도 말하듯 시를 읊듯 하는 노래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20세 막 데뷔한 가수가 포크록의 원조 밥 딜런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사회자: 포크음악은 노랫말에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특색이 있는데, 향후 곡을 쓰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은가요.

한: 꼭 사회적 메시지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내 경우는 일상생활에서 감동을 받은 내용들이 들어갑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식당에서 밥 먹다가, 심지어는 화장실에서, 가장 좋은 것은 사랑을 나눌 때인데 이젠 나이를 먹어서 잘 안돼.(호탕한 웃음과 함께)

장: 저도 꼭 사회적 메시지를 담기보다는 무엇이든 진실하고 꾸밈 없는 메시지이면 그게 포크가 아닌가 생각해요.

한: (장재인에게)노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 효리(이효리) 언니가 예뻐서?

장: 저는 4NON블론스의 리드보컬 린다페리에 반해서 노래 시작했어요. 또 비틀스 음악도 많이 들었고요. 조니 미첼도 너무 좋아요. 초등학생이던 12살 때부터 이런 노래들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르길 즐겼어요.

한: (감동하는 표정을 지으며) 오, 조니 미첼(캐나다 출신으로 20세기 대표적 여성 싱어송라이터)! 나도 너무 좋아합니다.

사회자: 요즘 포크음악이 활성화되는 분위기입니다. 그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한: '세시봉'이죠. 파주포크페스티벌에도 '세시봉'과 함께 출연하지만, 그건 분명 신선한 충격이었을 겁니다. 땀 흘리며 노래하고, 그 환상적인 하모니는 그동안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내던 방송용 음악과는 본질적으로 달랐던 거죠. 소위 MR(미리 제작해놓은 반주 테이프) 틀어놓고 하는 방송 가요 문화가 다 버려놓았어요. 손이 갈 게 별로 없으니, 간편한 맛에 선호하게 됐는데, 그게 노래방 아니고 뭐겠어요. 이젠 바뀌어야 해요.

장: 포크음악은 사실 자생적으로 계속 생겨나고, 또 활동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것이 말씀하신 '세시봉'으로 인해 새롭게 주목받은 게 아닌가 싶어요. 통기타도 엄청 많이 팔렸다면서요. 제가 그 매출에 기여했다는 설도 있던데요.(쑥스러운 웃음)

사회자: 최근 걸그룹 열풍에 대해서는 같은 젊은 여자 가수 입장에서 어떻게 보시나요.

장: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공연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오랜기간 열심히 했는지, 또 그 장르에서 최고의 무대를 보여 주려고 애쓰는 모습에 감동하게 돼요. 우리는 프로니까 각자 분야에서 최대한 노력해야죠. 포크는 포크대로 더 열심히….

사회자: (한대수에게) 후배가수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 음악의 길은 가시밭길입니다. 그리고 프레스로 찍어내는 듯한 기획 상품이 되지 말고, 독창적인 음악을 하길 바라요. 조심해야 할 것은 유명해지는 것, 인기예요. 결국은 허상이라는 걸 알아야 해요. 진짜 내 모습과 대중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내 모습을 잘 구분해야 해요. '아임갓(I'm God)' 하고 착각하지 말아야 해요.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 보세요. 원래 시애틀의 동네 그런지(복고풍 염세적 메시지를 담은 곡으로 얼터너티브 록에서 파생된 록음악 장르) 밴드였는데, 곡이 히트하면서 1년 만에 하루 100만달러씩 버는 세계적 밴드로 부상하니, 그 인기에 대한 부담을 감당할 수가 없었죠.(커트 코베인은 엽총으로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자: 2011파주포크페스티벌에 대해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 이런 라인업은 전무후무할 것 같아요. 관객으로 참여해도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한: 우드스탁 이미지가 떠오르네요. DMZ와 가까운 무대라는 것도 상징적인 것 같고, 세대를 아우르는 모든 포크가수들이 모이는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한대수는 마지막으로 "목소리가 완전히 갔어요. 로드 스튜어트 톰 존스 등 일세를 풍미하던 가수들도 요즘 활동 못해요. 할아버지 가수의 마지막 무대일지도 모르니, 꼭 보러오세요"하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