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위기 이대론 안돼" 사회 원로들 한자리에

교육·종교·법조 등 각계 사회 원로 11명이 '국가와 교육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란 모임을 만들고 "이명박 정부가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주성과 자치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대학의 위기와 미래 발전 방향'이란 토론회를 열고 대학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쏟아냈다.

이세중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인사말에서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데는 교육이 바탕이 됐는데, 그 역할을 담당한 사립대가 일부의 비리와 부정으로 매도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대학의 생명과 같은 자주성을 지켜나가면서 교육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김병묵 전 경희대 총장은 "자사고(자립형사립고)는 특성화된 교육을 실시하면서 등록금에서도 자율성을 갖고 경쟁력을 갖춘 학교로 우뚝 서고 있는데 대학 등록금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대학들에 국제 경쟁력은 높이라고 하면서 등록금은 싸게 받으라고 하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며 "등록금을 싸게 받으면 싸구려 교육밖에 시킬 수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고학용 전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은 "반값 등록금 정책 여파가 대학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많은 대학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며 "대학 구조조정은 환부를 잘라내는 외과적 수술을 공평무사하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치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완규 전 교육부 장관은 "정부가 우리나라 인력의 75%를 배출하고 있는 사립대에 투자를 안 하면 불량 인력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일반 국민, 정부, 국회가 모두 교육을 최우선 순위라는 생각을 갖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갈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극범 전 교원대 총장은 "근래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을 칭찬하는데, 사실 우리 청년 10만명이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며 "정계는 대학의 위기뿐 아니라 초·중·고교 교육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인 서경석 목사는 "정부와 국회를 향해 엄정한 발언을 해야 하지만, 우리 역시 반성할 점이 있다"며 "사학이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 왔는지, 우리의 권위를 인정하는지를 돌 와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 이종훈 전 중앙대 총장 등 모임 회원 외에도 사회 원로 30여명이 참석해 3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