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공연하기 위해 30년을 버텼다"

"공연을 준비하러 간 전쟁기념관 무대에서 객석을 바라보니 저 너머에 육군본부가 보이더군요. (10·26사태와 관련해) 군사재판을 받으러 드나들던 곳이죠. 1979년 이후 30여년 동안 제가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아 평생 꿈꿔온 최고의 공연을 하게 된 거죠. 만감이 교차했어요."

가수 심수봉(56)은 다음 달 8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여는 콘서트 '더(THE) 심수봉 심포니'를 앞둔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22일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역삼동 카페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다.

"날 보고 '10·26으로 장사한다' '10·26으로 음악 인생을 유지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어요. 하지만 '한(恨)'이라는 억울한 감정을 버리고 음악인 심수봉으로 살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수봉은 이번 콘서트를 위해 70인조 오케스트라와 70명의 합창단을 준비했다. 그는 "클래식과 재즈·국악을 접목해 그동안 불러온 모든 곡을 재편곡해 들려 드릴 것"이라고 했다. 심수봉은 이번에 오랜만에 통기타 연주도 들려줄 예정이다. "그동안은 콘서트라고 해야 여기저기서 부르면 가서 정해진 콘셉트대로 히트곡이나 부르는 영세한 수준이었어요. 하지만 이젠 '더 심수봉 심포니'라는 이름으로 전국 투어도 하고 소극장 콘서트도 할 거예요." 그는 "세시봉 출신 가수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을 보고 중·장년층을 위한 음악시장이 부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내 활동이 이 흐름이 지속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심수봉은 앞서 지난 19일 첫 디지털 싱글 앨범 '나의 신부여'를 발표했다. 그는 "32년간 작업한 곡들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라고 했다. "'나의 신부여'를 부를 때마다 눈물을 흘리게 되더군요. 물질이나 조건에 얽매이지 않은 아가페적인 사랑을 노래하고 싶어서 만든 곡이에요." 그는 "소유하는 사랑이 아닌 베푸는 사랑을 노래하고자 했다"며 "인기곡인 '사랑밖엔 난 몰라'도 이런 고뇌 속에서 탄생한 음악이었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재즈와 국악을 접목한 곡들을 담은 정규 앨범을 발표하고, 후배 가수 양성에도 뛰어들 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오랫동안 저를 아껴준 분들을 위로하는 노래를 하는 거죠. 삶의 애환과 사랑을 담은 곡으로 그동안의 고마움에 보답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