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TALK] "내 프라이버시를 부탁해" 남성 CEO들, 청담동 미용실로

남성 CEO들이 최근 서울 청담동 일대 고급 미용실의 VIP로 떠오르고 있다. 대외 활동이 많은 CEO들에게 스타일과 이미지는 곧 경쟁력. 단지 단정하게 머리를 '깎는' 데 만족하지 못한 CEO들의 발길이 유행을 선도하는 고급 미용실로 이어지는 것이다.

청담동 일대 고급 미용실들은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호하는 전략을 내세워 이들을 잡고 있다. 머리 감는 시설이 딸린 VIP룸을 갖추고, 다른 손님과 마주치지 않도록 엘리베이터도 따로 운용하는 식이다.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뷰티숍 '바이라'의 민상 원장은 "미용실이 익숙하지 않은 남자 CEO들은 여자 CEO보다 주변을 더 의식하는 편"이라며 "대기업 '회장님'을 포함해, 독립된 공간을 갖춘 미용실을 찾는 남성 CEO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별실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다른 손님과 마주치지 않도록 예약 시간을 조절한다.

이 일대 미용실의 커트 요금은 최소 5만~6만원 선이다. 같은 미용실이어도 VIP룸을 이용하면 통상 이보다 50% 정도 비싸진다. 머리 한 번 자르는 데 1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경우도 많지만 주위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CEO들은 기꺼이 지불한다고 한다. 이들에게 가격은 큰 문제가 아니다.

때로 미용실은 남성 CEO들의 휴식처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직원들 눈치 때문에 회사에서 휴식을 취하는 걸 불편해하는 CEO들이 미용실에서 관리를 받으면서 눈을 붙이기도 한다. '엔끌로에' 김로아 원장은 "두피 관리 같은 서비스를 함께 하는 곳들도 많아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수시로 미용실에 드나드는 CEO들도 있다"고 했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CEO들을 상대하기 위해 아예 미용실 간판을 내걸지 않고 사무실 같은 작은 공간을 빌려 예약제로 운영하는 곳도 생겨났다. 1980·90년대 청담동 미용실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이른바 '1~2세대 원장님'들이 이런 멤버십형 미용실을 주로 운영한다고 한다.

홍보대행사 엠퍼블릭 황선미 팀장은 "오래된 단골들이 이런 미용실의 주요 고객"이라며 "남자 CEO들이 단골들로부터 소개를 받아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규모가 작다 보니 파마·염색처럼 복잡한 시술보다는 커트를 주로 하는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얼굴이 대중에 많이 알려진 일부 CEO들은 미용사를 집으로 부르는 '출장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정해진 요금은 없지만, 집까지 오고가는 수고비에 출장 시간만큼 매장을 비우는 것까지 감안해 값을 쳐주기 때문에 보통 수십만원이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