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9.23 03:14

본선 1회전 제5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박영훈 九단 黑 이세돌 九단

〈제7보〉(90~107)=파괴력에 관한 한 이세돌은 당대 최고로 꼽힌다. 깊은 수 읽기를 바탕으로 공격을 퍼부을 때 모습은 저승사자가 따로 없다. 하지만 화려함은 종종 위험을 동반하는 법. 현역 세계2관왕인 그가 얼마 전 아마추어에게 패한 사건은 팬들에겐 큰 충격이었다. 박영훈은 상대적으로 훨씬 덜 화려하지만 안정감에선 다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예술세계처럼 승부사 사회서도 1류들은 개성이 뚜렷하다.

▲를 신호탄으로 우변 백에 대한 흑의 맹공이 시작된다. '최고의 창(?)' 이세돌과 '최고의 방패' 박영훈 간 모순(矛盾) 전면전이다. 백은 93까지 밀어올려 흑을 최대한 무겁게 만든 뒤 94, 96으로 연결한다. 97은 공수(攻守)의 요충. 백이 '가'로 젖혀 패(覇)를 걸어오는 수단도 완화시키고 있다.

98의 문단속으로 실리 면에선 백이 뚜렷이 앞서간다. 99는 노골적 선전포고. 101에 대해 국후 박영훈은 "참고도 1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했다. 8 이후 흑이 백의 미생마를 추궁하며 약간의 득만 챙기면 미세한 형세였다는 것. 하지만 이세돌은 힘의 승부를 택했고, 백도 최대한 흑진을 부수며 살자고 나서면서 유혈사태가 불가피해졌다. 못 뚫는 방패가 없다는 창이냐, 어떤 창도 막아낸다는 방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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