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 바람소리·물소리·새소리… 내 안의 번뇌 씻어주는 '소리길'

합천 해인사 입구에서 아래로 뻗은 골짜기가 홍류동(紅流洞) 계곡이다. 예부터 붉은 가을 단풍과 맑은 물이 어우러진 풍광이 빼어나 '합천 8경(景)' 중 하나로 꼽혔다. 계곡은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 주행사장인 가야면 야천리 세계기록문화관까지 6km 남짓 이어진다.

계곡으로 접어들면 골짜기를 내쳐 달리던 물소리가 한달음에 안겨든다. 바람소리, 새소리가 어우러진다. 계곡을 따라 난 오솔길은 골짜기 물길을 넘나드는 8개의 다리를 따라 멀어졌다 가까워지기를 반복한다.

계곡은 해인사 영산교를 거쳐 신라시대 최치원 선생이 노닐었다는 농산정(籠山亭)을 감아돌고는 무릉도원으로 들어간다는 무릉교까지 힘차게 내뻗었다. 그간 사람의 접근이 거의 없었던 덕분에 천연의 비경(?景)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계곡 옆쪽으로 난 오솔길 숲도 볼 만하다.

가야산국립공원사무소는 최근 홍류동 계곡 오솔길을 대대적으로 새단장했다. 일부 가파른 경사를 깎아 낮추고, 울퉁불퉁한 바닥은 다지고 돋워 평탄하게 다듬었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등산객을 위한 배려다. 길 중간중간에는 나무데크와 벤치도 설치해 느긋하게 쉬면서 홍류동 계곡의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이 오솔길에 '해인사 소리길'이란 새로운 이름도 붙였다. 계곡을 따라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등 자연의 청량한 소리를 다양하게 듣는 즐거움을 간직한 길이라는 의미다. 소리길 곳곳은 돌아보는 길, 함께 가는 길, 침묵의 길, 비움의 자리, 명상의 길, 마음 씻기, 마음 전하기 등 10여 개의 테마별 체험 코스도 꾸며놓았다.

대장경 축전 기간에는 이곳에서 '마음으로 걷는 해인사 소리길 걷기대회'와 '풍경 만들기 체험' 등의 행사도 열린다. 이 길 기점인 해인사 입구와 종점인 행사장 간 셔틀버스도 운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