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 IOC위원 부인들 감동시킨 팔만대장경·장경판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달 26일 경남 합천 해인사를 찾은 앤 로게(Anne Rogge·자크로게 IOC위원장 부인)씨 등 7명의 IOC위원 부인들은 "원더풀"을 연발했다.

해인사 방문은 "한국에 가면 해인사에 꼭 들르고 싶다"던 로게 부인과의 대화 내용을 잊지 않았던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꼼꼼히 준비하고 주선했다.

이들은 해인사측의 안내로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판전을 둘러보고, 팔만대장경의 역사적 의미와 경판을 보존하는 과학적인 원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어 구광루로 자리를 옮겨 장경판을 직접 인쇄해 보는 인경(印經)체험을 한 뒤 "한국의 우수한 옛 인쇄 문화와 이를 보존하고 있는 장경판전의 과학성과 우수성에 감동받았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팔만대장경을 지키는 것은 인류 문명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유네스코(UNESCO)는 지난 2007년 팔만대장경(국보 32호)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유네스코는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해인사 장경판전(국보 52호)을 199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세계문화유산이 세계기록유산을 보관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사례다.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목판 대장경과 장경판전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일까?

"대장경은 불교 경전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세 요소인 경(經)·율(律)·론(論)을 모아 놓은, 불교 경전의 종합 세트를 의미한다. '경'은 부처님의 말씀을 기록한 것이고, '율'은 승려들이 지켜야 할 계율, '론'은 학덕이 높은 스님이 경전에 주석을 단 것이다."(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팔만대장경이라고 부르는 데서 알 수 있듯 경판의 수는 8만개가 조금 넘는다. 경판 1개의 가로 길이는 약 70㎝, 세로 길이는 약 24㎝. 보관 시 경판과 경판이 서로 닿지 않게 하는 양쪽 모서리의 마구리를 포함한 두께는 4㎝ 정도. 무게는 평균 3.4㎏이다.

경판을 한 장씩 쌓으면 약 3250m로, 백두산(2744m) 보다 높다. 가로로 나열하면 57㎞에 달하고, 전체 무게는 280여t에 이른다. 경판 한 면은 한 줄 14자(字)씩 22~23줄로 이뤄져 있어 한 면에 약 322자, 양면에 644자가 새겨져 있다. 전체적으로 5200여만 자에 달해 한자(漢字)에 능숙한 사람이 하루 5000자 정도 읽으면 30년 걸린다.

개별 경판에 이름이 새겨진 각수(刻手)는 1800여명이 넘는다. 그럼에도 숙달된 한 사람이 경판을 새긴 것처럼 판각 수준이 뛰어나다. 나무가 썩는 것을 막기 위해 경판에 옻칠을 했다. 1개당 5g씩 400㎏의 옻이 사용됐다. 옻나무 40만 그루 분량이다.

1251년 완성된 팔만대장경이 75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부식된 경판 하나 없이 옛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것은 장경판전의 건축법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조선 초기 한 차례 개수한 장경판전은 크기와 양식이 비슷한 수다라장과 법보전(각 앞면 15칸, 옆면 2칸), 동·서 사간전(각 앞면 2칸, 옆면 1칸)이 직사각형 모양으로 배치돼 있다.

실내에 들어온 공기가 아래 위로 돌아 나갈 수 있게 한 서로 다른 크기의 붙박이 살창, 습도를 조절해주는 숯이 깔린 바닥 등 환기와 온도·습도 조절 등이 자연적으로 이뤄지는 장경판전으로 인해 팔만대장경이 온전하게 보존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