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이자 유혹 떨치기 어렵다면 한곳에서 5000만원 넘지 않게 쪼개라

지난 18일 7개 부실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선고를 받으면서 3만3000여명의 개인고객이 적잖은 피해를 봤다. 정부는 올해 부실저축은행에 대한 추가 영업정지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정부가 영업정지시키지 않더라도 대량예금인출사태(뱅크런)로 유동성이 부족해지면 자동으로 저축은행은 문을 닫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저축은행의 예·적금이 주는 높은 이자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소비자는 어떤 전략을 세우는 편이 좋을까.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의 경영상태를 소비자가 직접 따지고, 예금자보호법 한도 내에서만 예금하는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영상태는 직접 확인

예금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저축은행에 넣는 원리금을 5000만원 이내로 맞추는 것은 기본이다. 예금자 1명당 한 저축은행에 넣은 총금액을 5000만원 이내까지 보장하기 때문에 통장이 여러 개일 경우 돈을 합쳐 계산해야 한다.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더라도 가지급금 형태로 원금 2000만원을 받을 수 있기에 여기에 맞춰 2000만원 이내로 저축은행에 돈을 넣는 새로운 트렌드도 생겼다.

저축은행 경영상태는 직원의 말만 믿기보다는 직접 경영공시를 부지런히 살펴보는 편이 좋다. 일부 저축은행이 재무제표를 조작해 완전히 믿을 수 없다고는 하지만, 재무제표만큼 해당 저축은행의 경영상태를 잘 보여주는 자료는 없다. 저축은행중앙회홈페이지(www.fsb.or.kr)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에서 각 저축은행이 제출한 경영보고서를 볼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살펴보자. BIS 비율이란 저축은행이 갖고 있는 돈을 대출·지급보증처럼 은행이 빌려준 돈으로 나눈 값을 말하는데, 이 비율은 높을수록 좋다. 적어도 5%는 넘어야 안심할 수 있다.

여신 건전성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 확인도 필수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저축은행 대출의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로, 떼일 염려가 큰돈이다. 그러므로 이 비율은 낮을수록 좋다.

마지막으로 유동성 비율을 살펴봐야 한다. 이 비율은 예금을 포함한 부채를 상환해야 할 때 해당 저축은행이 얼마나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높을수록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의미다.

◆후순위채 투자는 당분간 피해야

최근 몇년 동안 저축은행이 발행하는 후순위채는 높은 인기를 끌었다.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연 4%대 초반에 머무는 저금리 시기에 연 8~9%에 달하는 이자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후순위채는 예금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저축은행이 무너질 경우 전혀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위험한 상품이다. 이관석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PB센터 팀장은 "최근 후순위채를 발행하면 BIS비율이 올라간다는 점을 악용한 저축은행이 많았던 만큼, 저축은행 정상화가 이뤄지는 동안에는 후순위채 투자를 자제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최근 우량 금융회사에 넘어간 저축은행에 예치하는 방법은 어떨까. 우리금융지주가 인수한 우리금융저축은행이나 대신증권이 인수한 대신저축은행의경우 "우량 회사가 인수했으니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눈여겨보는 예금자가 늘고 있다.

저축은행 예·적금처럼 연 4%대 후반~연 5%대의 금리를 주는 대체 상품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회사채(CP) 투자를 추천했다. 최근 3개월 만기 CP의 금리는 연 4%대 초반, 6개월 만기 CP는 연 4%대 중후반의 금리를 주기 때문에 비슷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이 상품 역시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발행회사의 재무구조를 잘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