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살기 힘든 한국

고독·학대·교통사고 위험 등으로 우리나라 노인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11년 현재 55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1%를 넘어섰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노인 학대 신고건수는 2007년 2312건에서 2010년 3068건으로 급증했다. 노인 학대는 86%가 가정 내에서 일어나고, 특히 아들·딸·며느리·사위 등 직계 비속에 의한 학대가 7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흔한 정서적 학대 외에 폭력을 가하는 신체적 학대도 급증하고 있다. 2005년 665건이었던 신체적 학대가 2010년 1300건을 넘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존속 상해·폭행 등 노인에 대한 범죄도 매년 1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노인들이 거리를 다니는 것도 안전하지 않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이 국토해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인구 10만명당 34.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8.7명)보다 네 배나 많았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보행 혹은 주행 중에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노인 수는 매년 2100∼2300명 수준이다.

혼자 살거나 부부만 쓸쓸하게 사는 노인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 가운데 홀로 사는 노인은 102만명으로 전체 노인인구의 18%가 넘는다. 또 노인 3명 중 2명은 자식과 떨어져 혼자 살거나 노인 부부만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자녀 없이 부부끼리 살거나 혼자 사는 '자녀 별거 노인' 수가 지난 10년 사이 배 이상 늘었다. 2011 서울 노인 통계를 보면 자녀 없이 부부만 사는 노인은 2000년 11만3826명에서 지난해 26만1399명으로 129.6% 늘었고, 독거 노인은 6만5082명에서 13만8825명으로 10년 새 113.3% 증가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최성재 교수는 "정부가 저출산 고령화의 큰 틀에서 장기적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이미 70∼80세가 된 노인을 위한 지원책은 크게 부족하다"면서 "신체적 반응 속도가 떨어지는 노인들을 위한 교통 안전대책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노인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