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필휘지의 붓질… 해바라기, 불꽃처럼 타오르다

붉고 푸른 바탕 위에서 노란색 꽃송이가 불타오른다. 불꽃처럼 소용돌이치며 활활 타오르는 이 꽃송이들은 한지에 동양화 물감을 이용해 일필휘지(一筆揮之)로 그려낸 해바라기다.

동양화가 허유(63·본명 허승욱)가 29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서울 관훈동 백악미술관에서 개인전 '허유의 해바라기'<사진>를 연다. 모두 21점의 해바라기 그림을 전시에 내놓은 작가는 "신명나게 불타오르는 해바라기 그림을 통해 험난하고 야박한 이 사회에서 절망에 처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원(圓)과 원을 사슬처럼 연결시켜 그린 여러 송이 해바라기는 '소통'을 상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북 남원 출신인 허유는 25세 때 군대에서 당한 사고로 몸 오른쪽이 마비됐다. 이 충격으로 경기도 남양주 인근의 산에 틀어박힌 그는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원래 독일로 유학 가 법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꿈이었던 그에게 '그림'이 돌파구가 됐다. 31세 때인 1979년 대만으로 유학을 떠나 국립사범대 미술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2년부터 충남 공주 태화산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려왔다. 현재 한서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02) 734-4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