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4.0] 일부러 고된 軍생활 선택한 사람들

이유는 달랐지만, 병역의 의무에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었다.

개인 고액(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의 최고령 회원 구재서(82) 전 광무극장 대표는 "고향에선 너무 배가 고파 세 끼 먹으러 군대 갔다"고 했다. 6·25 직전이었다. 요즘 젊은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생계형 사병'이었지만, 전쟁이 터지자 그는 용감하게 싸워 화랑무공훈장을 탔다.

남한봉(72) 유닉스코리아 회장은 "어차피 가는 군대, 남자답게 가겠다"면서 야간고등학교 마치고 육군헌병학교에 들어갔고 군무 수행 중 교통사고를 당해 상병으로 제대했다. 다리에 철심을 박고 휠체어를 탄 그는 서울 코엑스 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해 전시(展示) 컨벤션 사업을 시작했다. 코엑스 측이 여러 차례 "장애인이니 임대료를 깎아주겠다"고 했지만 사양했다. "나라 위해 내 할 일 하다 다쳤을 뿐이고, 장애가 있다고 특별대접 받기 싫다"고 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큰돈을 흔쾌히 내놓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들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이처럼 군 생활을 '쎄게' 한 사람이 많다는 점이었다. 여성·장애인·고아 등을 제외한 병역 의무 대상자 41명 중에서 35명이 병역 의무를 완수했고(85.4%), 그중 16명은 장교·부사관·특전사·해병대 출신이었다(39%). 열 명 중 네 명이 자발적으로 남보다 고된 군 생활을 선택해 끝까지 견딘 것이다. 이금식(67) 경암문화장학재단 이사장, 정영건(54) 중앙금속 대표, 박순용(58) 인천폐차사업소 회장은 해병대 중사, 해병대 병장, 특전사 중사로 전역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의무이면서 동료애를 경험케 한 군복무가 이들에게 사회생활 고비마다 버팀목이 됐고, 가난을 극복할 정신적 등뼈가 됐고, 힘들어하는 이웃을 돕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정영건 대표는 "꿈이 없는 10대 시절을 보냈는데, 군대 갔다 오니 '못할 게 없다'는 의지가 생겼다"면서 "고졸 산업연수생으로 출발해 상무까지 올라갔고, 10년 전 창업해 지금은 연 매출 700억원을 바라본다"고 했다. 그의 아들도 해병대에 복무 중이다.

학군단 장교로 복무한 이충희(56) 에트로 대표는 샐러리맨 생활을 접고 나이 마흔에 창업한 뒤 거래처를 뚫기 위해 남 앞에 무릎 꿇기도 했다. 그는 "지독하게 노력해 성공했지만 돌이켜보면 나 혼자 힘으로 온 것만은 절대로 아니었다"면서 "이만큼 왔으면 그럴 수 있게 해준 사회에 보답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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