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4.0] 남들 밥 먹을 때 값싼 비지 먹으며 저축

7일 오전, 경남 김해의 한 일회용 아기 기저귀 공장. 취재팀을 맞은 장복영(63) 백양산업 대표가 낡은 소형 냉장고의 전기 코드를 끼웠다. 그는 10여분 뒤 냉장고를 열고 차가워진 음료수를 내왔다. "손님 올 때만 음료수를 꺼내는데 하루 종일 냉장고를 켜둘 이유가 있습니까."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들은 대다수가 중소기업을 운영하거나 전문직에 종사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재산을 모았지만 생활은 여전히 검소했다.

구재서(82) 전 광무극장 대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뿐 아니라 서울대에도 1억원을 기부했지만, 정작 자신은 메모지 값이 아까워 전단을 잘라 썼다. 서울 청량리 상가건물에 있는 조그만 사무실에는 난(蘭) 화분 수십 개가 즐비했는데, 돈 주고 산 화분이 아니라 인근 상가에서 개업식 끝나고 내버린 걸 주워왔다고 했다. 생필품은 꼭 근처 경동시장에 가서 샀다. "거기 채소가 상가 물건보다 최소 100~200원은 싸기 때문"이라고 했다.

류종춘(65)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부회장은 "남들은 나보고 가난과 장애를 딛고 성공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나는 돈을 벌었다기보다 안 썼다"고 했다.

공장 직공으로 일하던 젊은 시절, '장애인이라 월급도 절반밖에 못 받는데, 남들 세 끼 먹는다고 나도 세 끼 먹으면 희망이 없다'고 이를 악물었다. 서울 동대문 시장에서 염료 도매상을 해 성공했지만, 안정된 생활을 누릴 만큼 재산을 모은 지금도 양복은 20년이 기본이요, 주말에 손주들이 놀러 오면 물·전기 아끼려고 손주가 소변보러 갈 때 함께 화장실을 쓴다.

그렇게 모은 돈 1억원을 그는 "나처럼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했다. 남들 밥 먹을 때 비지를 사 먹으며 아낀 돈으로 23세 때부터 여러 장애인 시설을 꾸준히 후원해왔다.

 

[Snapshot] [자본주의 4.0] 고생해봤기에 가난 방치하면 사회 무너진다는 것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