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간다 비행기 탄지 42년… 당신은 어찌 돌아오지 않나요"

"당신은 바로 저기 있는데, 불러보지 못하고 벌써 42년이 갔네요. 그 42년은 악몽이고, 암흑의 세월이었지요. 흐르지 않을 줄 알았던 그 세월이 많은 것을 앗아가고, 바꾸어 놓았지요."

27일 오전 경기도청 북부청사 로비. 세월의 주름이 깊이 새겨진 김영숙(70)씨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남편 최정웅씨는 1969년 12월 11일 'KAL기 납치 사건' 당시 북한에 끌려갔지만 돌아오지 못했고, 생사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내 김씨는 이날 '1969 KAL기 납치 피해자 가족회'(회장 황인철)가 마련한 '미귀환 11인의 생사 확인과 송환을 위한 캠페인'에 참여했다. 납북자 가족들은 당시 사건을 공론화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의정부를 시작으로 피랍일인 12월 11일까지 전국을 돌면서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당시 승객 47명과 승무원 4명을 태우고 강릉을 출발해 김포로 가던 YS-11기가 대관령 상공에서 사라졌다. 북한의 고정간첩이 납치해 원산 근처 선덕비행장에 강제 착륙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적 규탄 물결과 더불어 유엔 등이 나서자 승객 39명은 66일 만에 판문점을 통해 귀환했다. 그러나 승무원 전원과 승객 7명은 돌아오지 못했다.

당시 30세로 한국슬레이트 강릉지점 대표였던 최씨는 "서울 친구 결혼식에 다녀오겠다"며 비행기를 탔다. 딸은 한 살, 아들은 생후 보름밖에 안 됐다. 김씨는 "아이들이 남자만 보면 '아빠'라며 따라가는 바람에 잃었다가 찾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이제는 손주들이 '할머니는 왜 할아버지가 없어' 하고 묻는다"고 했다.

김씨는 2006년에는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으나 '생사 확인 불가능'이라는 북한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남편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버리지 않고 있다.

납치 피해자 가족회는 지난 4월 생사 확인과 송환을 위해 국제적십자에 협조 요청 편지를 보냈다. 유엔 인권이사회도 지난달 북한에 생사 확인을 공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