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눌렸던 금융·조선株 한풀이 주도… 외국인도 "사자"

◆불안한 반등

증권 전문가들은 지난 22일 이후 투자심리가 급속히 악화되며 '패닉'에 빠졌던 증시가 일단 공황상태를 벗어나기는 했지만, 급반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그리스 부도 위기와 관련해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대신증권 홍순표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증시 등락폭은 계속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전날 유럽 정책 불확실성에 투자자들의 공포심이 절정을 찍은 후 코스피지수가 1700~1900 박스권으로 돌아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해결된 게 별로 없어요. 언제 또 폭탄이 터질지 몰라요."(UBS증권 안승원 전무)

5%를 넘는 3년 만의 최고 폭등장이지만 증권전문가들은 그다지 속시원히 웃지 못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2일 이후 사흘 만에 101포인트가 떨어졌다. 27일 코스피 지수가 5%의 폭등세를 보였다고는 하지만 아직 다 만회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아직 유럽 문제는 완전히 해결된 상황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일단 지수를 만회한 만큼 아예 주가의 '밑이 빠지는' 현상을 막았다는 데는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형적인 반등장…낙폭 컸던 주들이 상승했다

이날 상승장은 심리적 공황에 따른 지나친 폭락에 대한 '반등장'이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경기가 상승할 때 올라가는 경기민감주나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준 종목들이 아니라 많이 떨어졌던 업종이 크게 올랐다.

이날 27일 코스피지수가 5% 상승하는 동안 조선·자동차 업종이 포함된 운수장비 업종은 7.3% 상승했으며 은행(6.5%), 금융(5.8%) 업종도 큰 폭으로 올랐다.

금융주의 경우 유럽위기 수습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유럽재정위기가 국내 금융권 위기로 번질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상승의 계기가 됐다. 유럽권의 은행이 그리스에 대출해준 돈을 받지 못해 부실해질 경우, 유럽 은행들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해 타 국가에 대출해준 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이 경우 국내 은행들도 신용경색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이날 우리금융과 KB금융은 9% 이상 치솟았으며 기업은행·하나금융·신한지주는 7.8% 이상 올랐다. 전 세계 금융주도 유동성 공급 희망감에 일제히 올랐다. 유가증권시장 개장 전 마감된 미국증시에서도 JP모간 체이스앤코는 7%, 모간스탠리는 6.5% 급등했으며 프랑스 증시에서는 BNP파리바 SA가 7%, 크레디 아그리콜이 4.5% 올랐다.

모처럼 반등에 나선 조선주도 역시 '낙폭 과대주'다. 주요 조선주는 유럽은행 부실 우려에 선박 발주의 주요 수요처인 그리스를 포함한 유럽국의 선박금융이 축소됐다는 소식에 최근 3일간 20% 이상 하락했었다. 이날 STX엔진·STX조선해양·삼성중공업이 14.5% 넘게 치솟았으며,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도 10% 이상 급등했다.

기술적 반등에 힘입어 화학과 유통업종도 5% 이상 올랐다. 유통업종은 중국 국경절 연휴로 관광객이 몰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불거졌다.

◆외국인들 돌아오긴 했는데

이날 장 분위기를 이끈 것은 22일 이후 사흘간의 폭락장에서 1조2000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웠던 외국인들이었다. 외국인들은 이날 1700억원 정도를 순매수했다. 양은 많지 않았지만 유럽 위기로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갈지 모른다는 우려를 줄여줬던 것이 강한 반등으로 이어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만 외국인 매수세 역시 낙폭이 컸던 종목에 집중됐다. 삼성중공업, 현대제철, 기아차, 대우조선해양 등이 외국인들의 매수 리스트에 올랐다. 낙폭이 컸던 조선주를 집중 매수했던 셈이다.